전공의들 침묵시위…교수·전임의가 대체, 공백 못 느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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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호 10면

입장차 극명한 의대 정원 확대 

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집단휴진한 전공의 57명이 줄지어 본원과 암센터 건물 연결통로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같은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서도 20여명의 전공의가 참여한 침묵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병원 정문과 로비에서 ‘대화 통해 체계적인 공공의료 마련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집단 휴진 후 여의도 집회 참여 #주요 병원 대기시간 평소 그대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집단휴진을 결정한 7일, 서울 주요 병원은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우려했던 ‘의료 공백’은 없었다. 이날 오전 11시쯤 삼성서울병원에선 접수 대기인이 28명, 진료비 결제 대기인이 21명이었다. 같은 시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선 외래진료 대기자가 30여명 수준이었다.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도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직원은 “대기 시간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라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응급실 등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박 장관은 “전공의 집단행동에 응급실 등 필수진료분야가 포함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병원이 더 한산한 분위기였다. 집단휴진한 대부분 전공의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젊은 의사 단체행동’에 참여했다. 오후 3시 서울아산병원 로비는 오전보다 더 한산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외래진료를 밀리지 않고 진행하면서 일정을 조정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이날 평시 대비 90% 인력이 외래 진료를 담당했다.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오후 3시경 외래진료를 마치고 돌아가는 환자 가족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의사(1600여명) 중 36%(580여명), 서울대병원은 전체 의사(1583여명)의 31.9%(505명)가 전공의다. 의사 인력의 3분의 1 가량이 빠졌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없었다는 뜻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과별 대응방안에 따라 1078명의 교수와 전임의가 대체인력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집단휴업 기간 의료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서 병원 측에서 미리 대비했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2년 차 의료기사는 “전공의 확인이 필요한 절차는 다른 인력으로 대체하는 등 2~3일 전부터 전공의 집단 파업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집단휴진을 하면서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에게 휴진 이유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집단 휴진을 알리는 스티커를 옷에 달고, 이유를 묻는 사람에게만 “환자 안전과 수련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의대 정원을 늘리면 오히려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의료 일원화 정책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도 “병원 일에 지장 없도록 연차를 냈다”며 “환자 불편하게 하려고 파업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8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파업을 한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의 50%가, 대전협은 전공의의 80%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대전협에 이어 대한의사협회(의협)도 14일 정부 정책에 반발해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문희철·김지아·정진호·이우림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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