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간 이수정 “성범죄 대책 세우는 게 좌우 따질 일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수정. [뉴시스]

이수정. [뉴시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범죄심리학자다.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미디어에도 자주 모습을 보였다. 2019년 영국 BBC에서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박원순 비판이 적폐? 괴이한 현상 #정치 아니고 전문가로 참여한 것”

그런 그가 지난달 30일 미래통합당 성폭력대책특위에 합류하자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교수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확히 말하면 통합당에 합류했다기보다 성폭력특위에 외부 전문가로 참여했다”며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는 활동을 마다할 이유가 하나라도 있나. 통합당의 한 인사가 연락해 특위 참여를 권유했는데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치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권력형 성폭력 근절에 보탬이 되려고 온 것”이라며 “과거 정의당·국민의당에도 전문가로 참여한 적 있고, 경찰청과 경기도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활동했다. 내 정치적 의견이 맞아서가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서”라고 했다. 이어 “성범죄 대책을 마련하는데 좌냐 우냐를 따질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최근 여권발 성범죄 의혹이 이어지면서 이 또한 진영 논리의 전장이 되고 있다. 이 교수가 박원순 전 시장 건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또 통합당 특위에 합류한 것에 대해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적폐”란 비난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이를 두고 “참 괴이한 현상”이라며 “성폭력은 그 자체로 범죄이고 잘못된 일이다.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통합당 인사라고 쉬쉬하거나, 민주당 인사라고 입을 닫고 외면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진영 논리가 접근할 일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문제로 봐야 한다. 과거 보수 진영이 권력을 잡았을 때도 성범죄 논란이 있었고, 이를 비판하던 진보 진영이 권력을 잡자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음지에서 숨죽인 피해자들이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도록 길을 트겠다”며 “통합당 내에 잘못된 성인식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 찾아내 인식이 바뀌도록 만들겠다. 특위가 끝난 뒤 결과로 판단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