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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는 작가의 뇌에 침투해야 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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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호 24면

영어 이야기

Editing and Revising Text(글의 편집과 고쳐쓰기)

Editing and Revising Text(글의 편집과 고쳐쓰기)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인물 평가에 설득력이 큰 말이다. 글 평가에는 적용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통찰력으로 가득한 미문(美文)도 오·탈자나 비문(非文), 철자·고유명사·연도 등과 관련해 오류가 있다면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다. 독자는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독자는 국민·유권자보다 냉혹하다.

가독성 높게 글을 바꾸는 역할 #저자 생각 다치지 않게 고쳐야

‘글에서 과(過)를 없애는 것’ ‘남의 글을 고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말로 편집자, 영어로 에디터(editor)라 불린다. 언어의 마법사들이다. 편집자는 B급 원고를 A급으로 바꾼다. 입신(入神) 등급의 편집자는 C급 원고를 A급으로 들어 올리는 신통력을 발휘한다. 그 결과 어떤 글이 화제가 되거나 베스트셀러가 되면 공(功)은 작가가 고스란히 차지한다. 편집자의 노고는 옛 국정원 모토를 연상시킨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작가와 편집자는 하는 일이 겹친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를 아는 것이다. 망각하기 쉬운 원칙이다. 독자를 알 수 없다면 독자를 상상이라도 해야 한다. 작가와 편집자는 최대한 많은 독자에게 정보와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글을 다룬다. 그런데 독자의 취향과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작가·편집자는 왕초보 독자를 우선시한다. 중간이나 고급 수준 독자를 기준으로 삼는 작가·편집자도 있다. 선택의 문제다. 모든 독자가 건질 게 많은 ‘영양가’ 있는 글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 이 글로 처음 알게 된 독자와 경력 30년 베테랑 편집자 모두를 흡족하게 할 수 있을까. ‘미션 임파서블’이다. 하지만 글은 불가능에 도전하기에 문리(文理)가 야만을 차츰 역사의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 편집자는 ‘가독성(可讀性·readability)이 높고 틀린 내용이 없게 글을 훌륭하게 고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편집자를 잘 만나야 한다. 어떤 편집자가 좋은 편집자일까.

좋은 편집자는 글쓰기와 편집을 다룬 책을 최소한 10권 이상 읽고 숙지하고 있다. 그는 편집이라는 칼자루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 그는 나와 문체(文體)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자의 글을 쓸데없이 고치지 않는다. 그는 저자의 생각을 존중한다. 글을 고칠 때 편집자는 저자의 뇌 속으로 침입해야 한다. 거의 빙의(憑依)해야 한다.

읽고·듣고·말하고·쓰기라는 언어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라도 잘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사람이 있다. 글을 잘 쓰고 또 잘 고치는 사람이 있다. 글의 창작과 수정에서 탁월한데 현재 그의 현재 직업이 편집자라면 그는 언젠가는 작가가 될 것이다.

편집자가 작가가 되면 그의 편집 능력이 몇 단계 향상한다. 또 작가가 편집 마인드를 구비하면 글 실력이 껑충 뛴다. 편집자와 작가에게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나온, 조 빌링햄(Jo Billingham)이 쓴 『Editing and Revising Text(글의 편집과 고쳐쓰기)』(사진)를 추천한다. 136페이지 분량이다. 한글판은 없다. 단어나 문장 난이도는 토익(TOEIC) 수준이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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