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여당 정치인들의 망언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16일 논평을 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제 재개를 통해 협치의 정치 의지를 밝혀준 점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연설이었다. 30분간의 긴 시정연설 동안 허무하게도 여성들의 삶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지자체장에 의한 성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나 ‘집무실 내 침대 철거 및 투명유리 설치’ 등 엉뚱한 원인을 꼬집는 남성 정치인들의 망언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 상황을 대통령은 외면하고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위한 국회의 길을 당부하는 대통령의 말에 여성의 삶은 언급조차 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집무실 내 침대 철거와 투명유리 설치’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단체장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차단할 특단의 대책”으로 제시한 방안이다. 김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나는 남해군수 7년간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 유리벽 집무실에서 근무했다. 단체장 집무실의 침대를 없애고 가급적 투명유리를 설치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가세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범죄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의 머릿속에 국민의 절반인 여성은 아예 들어있지 않은 것“이라고 썼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