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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꺼지는 중? 주가 빠지는 니콜라모터스, 실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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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가 선보인 중형 수소전기트럭 콘셉트카 트레(Tre). 사진 니콜라모터스

니콜라가 선보인 중형 수소전기트럭 콘셉트카 트레(Tre). 사진 니콜라모터스

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던 미국 수소전기트럭 스타트업 니콜라모터스의 주가가 급락했다.

한때 100년 역사의 완성차 업체 포드의 시가총액을 넘어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니콜라모터스 주가가 조정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아직 보유 기술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데 따른 시장의 의구심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많다.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니콜라모터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트레버 밀턴. 사진 트레버 밀턴 트위터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니콜라모터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트레버 밀턴. 사진 트레버 밀턴 트위터

니콜라모터스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 트레버 밀턴은 “주가조작 세력의 음해”라며 소셜미디어에서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밀턴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니콜라모터스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주가조작 세력들이 활개를 치는 곳”이라며 “고용된 이들이 회사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니콜라모터스는 2014년 밀턴이 세운 수소전기트럭 스타트업이다. 2015년 1회 연료주입으로 1900㎞ 이상 달릴 수 있다는 대형 트럭 ‘니콜라 원’ 시제품을 내놨다. 이후 중대형 트럭인 ‘니콜라 투’, 중형 트럭 ‘니콜라 트레’ 등의 양산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달부터는 픽업트럭 ‘배저’의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니콜라모터스의 주가 하락은 여러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지나친 급등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아직 ‘제품’도 내놓지 않은 회사의 가치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기존 완성차·전기차 업체들이 잇달아 미래 상용차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니콜라모터스 주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니콜라모터스 주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일본 도요타와 함께 유일하게 수소전기차를 양산 중인 현대자동차는 6일 수소전기트럭 양산을 시작했다. 도요타도 자회사 히노트럭을 통해 미국 상용차 업체 켄워스와 협력해 수소전기트럭을 선보일 예정이며, 독일 다임러트럭과 스웨덴 볼보트럭도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을 위한 조인트 벤처를 출범시켰다.

니콜라모터스가 아직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실체를 증명하지 못한 것도 시장의 의구심을 키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니콜라모터스가 2016년 공개한 ‘니콜라 원’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들어있지 않은 빈 껍데기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내년 니콜라 트레를 양산하겠다고 하지만 상당 부분을 아웃소싱에 의존하고 있고, 2023년 이후 양산을 어떻게 할지 생산시설조차 공개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자동차는 지난 6일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트럭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직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자동차는 지난 6일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트럭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직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니콜라모터스가 ‘희대의 사기꾼’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니콜라모터스가 지난 6년간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던 것을 보면 고급 투자자에겐 구체적인 기술과 사업 진행 상황을 알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독일 보쉬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하고 이탈리아 상용차 업체 CNH인더스트리얼과도 협력 중이어서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하지만 미국 상용차 시장이 5만~6만대라는 점에서 1700만대에 달하는 승용차 시장을 잠식하는 테슬라와 비교하는 것은 아직 무리이며, 테슬라가 그랬듯 실제 제품으로 실력을 입증하기 전까진 시장의 의구심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콜라모터스의 전기픽업트럭 배저. 배터리만으로 1회 충전 시 480㎞,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더하면 800㎞ 가까운 주행거리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니콜라모터스

니콜라모터스의 전기픽업트럭 배저. 배터리만으로 1회 충전 시 480㎞,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더하면 800㎞ 가까운 주행거리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니콜라모터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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