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국이다" 반성문 쓴 조희연…교육불평등 해소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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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 부정 논란 등을 언급하며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두 번째 임기 취임 2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조국 사태는 교육 불평등 문제, 대학 입시 등에서 부모의 특권적 지위가 반영될 가능성을 드러냈다"면서 "이런 면을 성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의 대표적인 진보 인사인 조 교육감은 지난해 말 조국 사태가 불거진 이후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한 포럼에서 그는 "'조국 사태'는 교육의 영역을 통해 드러나는 부모의 지위가 어떻게 자녀의 교육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조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 폐지 등 고교 서열화 완화의 근거로 조국 사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 교육감이 평소에도 사석에서 주변 사람에게 조국 사태를 자주 언급했다"면서 "불평등 문제를 드러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 검찰 앞 교대역 사거리에서 열린 '끝까지 검찰개혁, 서초동 시민참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수호, 검찰개혁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 검찰 앞 교대역 사거리에서 열린 '끝까지 검찰개혁, 서초동 시민참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조국수호, 검찰개혁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에서 벌어진 조국 전 장관 지지 집회의 슬로건인 '내가 조국이다'에 대해 조 교육감은 '자기반성의 의미'를 담은 나름의 소회를 밝혔다.

조 교육감은 "'나는 조국이다'라는 슬로건은 '나는 조국과 함께 있다' '조국이 잘못이 없다'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나도 조국적(的) 요소가 있다는 (의미)"라며 "조국 전 장관이 비판받는 지점이 '나한테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사회적으로 성숙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를 언급하면서도 조 전 장관을 '같이 일했던 후배'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조 교육감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의 자성을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우리 모두에게 조국적 요소가 있다"며 "대한민국 모든 국민, 특히 사회적 위치가 높은 분들이 특히 그렇다"고 덧붙였다.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공약한 조 교육감은 두 아들이 외국어고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이중적'이란 비판을 받은 적 있다. 당시 조 교육감은 "양반제 폐지는 양반이 외쳐야 한다"며 자녀의 학교와 공약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두 번째 임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두 번째 임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스1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차례 교육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조 교육감은 실질적인 교육 평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뤄진 국제중 재지정 취소 결정의 적법성을 강조한 조 교육감은 현재 고입에 활용되고 있는 석차 배분율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부모 도움이 크고 사교육을 활용하는 가정에 있는 학생의 경우 코로나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학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더욱 평등한 교육을 지향하는 혁신 교육의 입장에서 이러한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도전에 더욱 폭넓은 응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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