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치료 어려운 정신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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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최근 적발된 억대 주부도박단에서 검찰·경찰 직원 포커사건과 한국인 부유층의 라스베가스 카지노까지 대상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작년 한해 대검이 집계한 도박사범만 전국적으로 3만4천여명에 이른다.지난 15일엔 도박빚을 갚기 위해 두 명이나 살해한 부부가 검거되기도 했다.

도박이 무서운 이유는 해로운 줄 알면서 끊지 못하는 중독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평생 도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러시아의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주색잡기(酒色雜技)중 가장 끊기 어려운 것이 도박으로 표현되는 잡기"라고 고백한 바 있다.

서울대의대 정신과 조두영(趙斗英)교수는 "손에서 패를 쫄 때 느끼는 쾌감은 성적인 오르가슴을 능가한다"며 "도박은 알콜중독을 능가하며 마약에 필적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이른바 도박광(賭博狂)은 의사의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분류된다.실제 도박에 오래 탐닉하면 생물학적으로 대뇌구조 자체가 바뀐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문제는 치료가 매우 어렵다는 것.趙교수는 "도박광은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쾌락을 느끼는 무의식에서 비롯된다"며 "약물투여나 상담요법 등 어떤 치료도 신통치 않아 정신질환 가운데 가장 치료가 어렵다"고 털어놨다.가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파괴되는 등 끝장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미국에서 항우울제를 비롯한 약물요법으로 도박광을 효과적으로 치료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시험에 불과한 단계.
결국 예방이 최선인 셈이다.전문가들은 모르는 사람들과 돈을 걸고 시작하는 전문도박은 아예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잠깐 즐기겠다거나 자신은 충분히 유혹을 견딜 수 있다고 자만해선 안된다.제의가 들어오면 바로 거절해야 한다는 것.보다 적극적인 주문도 있다.

서울중앙병원 정신과 김창윤(金昌潤)교수는 "평소 여가를 건전하게 보낼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라"고 충고했다.4천안타로 메이저리그 사상 최다안타를 기록했던 미국의 프로야구선수 피트 로즈가 대표적 사례.평생 타격연습 외에 여가라곤 몰랐던 그는 89년 도박에 한 눈 팔다 영구제명당하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운동이든 문화생활이든 여가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한가위를 앞두고 밤새 치는 고스톱이나 포커는 어떠할까.전문가들은 도박과 게임은 구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金교수는 "친지들과 어울려 치는 고스톱이나 포커는 건전한 게임"이라며 "내기를 한다거나 밤새 치더라도 문제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박을 사회병리와 연결시키는 것도 곤란하다.趙교수는 "도박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역사 이래 존재해온 도박을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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