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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침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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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손원평 감독의 ‘침입자’는 다중초점 스릴러다. 처음 시작할 땐 한 남자의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 스릴러처럼 보이다가 과거의 실종 사건이 등장하고, 범죄 수사가 결합되더니 이윽고 오컬트 요소까지 등장한다. 다행인 건 버라이어티 쇼 같은 장르의 진열대를 하나로 모아주는 키워드가 있다는 점. 그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단어이고, ‘침입자’는 장르적 동력이 떨어질 때마다 ‘혈연’이라는 모티브로 전진한다.

중심은 25년 만에 돌아온 유진(송지효).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오빠 서진(김무열)의 손을 놓치며 사라졌던 유진. 여기서 서진은 유진을 의심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는 유진을 아무런 저항 없이 가족으로 편입시키고 노부부는 돌아온 딸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때부터 유진은 조금씩 집을 장악해나가고, 서진은 유진에게 힘겹게 저항한다.

그영화이장면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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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침입자’는, 혈연이라 하더라도 낯선 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혈연의 맹목성에 대한 물음이며, 서진은 DNA 정보만으로는 가족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결말 부분에, 몰래 채취한 시료로 의뢰했던 자신과 유진 사이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다. 만약 유진이 진짜 자신의 동생이었다 한들,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25년이라는 세월이 만들어놓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물보다 강한 피’의 힘은 과연 있는 걸까? 각성한 서진은 서류 봉투를 파쇄기에 넣어버린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