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은행의 돈벌 기회는 열어주고, 돈 나갈 구멍은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주요 은행 로고

미 주요 은행 로고

미국이 시중은행의 돈 벌 기회는 열어주고, 돈 나갈 구멍은 차단했다.

볼커룰 완화해 벤처캐피털 투자 기회는 확대 #배당ㆍ자사주 매입은 제한해 자본 유출 차단

미국 통화감독청 등은 25일(현지시간) 볼커룰 완화로 은행들은 벤처캐피탈 등 위험자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볼커룰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Fed 의장인 폴 볼커의 주도로 만들어진 금융회사 고유계정 투자(proprietary trading) 제한 규정이다. 고유계정 투자는 고객이나 투자자의 돈이 아니라 은행 자체의 자금을 위험자산에 베팅하는 행위다.

이날 완화된 규정은 은행이 계열사들과 파상상품을 사고팔 때 현금을 쌓도록 한 규제다. 은행들은 수십억 달러의 가용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이용해 벤처 투자를 더 할 수 있다. 고유계정 투자는 1990년대 금융그룹의 달러 박스였다. 하지만 과열 때문에 2008년 위기를 일으킨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반면, 연방준비제도(Fed)는 뉴욕 증시의 마감 직후 발표한 시중은행 스트레스테스트를 바탕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제한했다.

Fed의 주요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 회복이 지연돼 실업률이 19.5%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주요 33개 은행의 손실 7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Fed는 이번 테스트에서 개별 은행에 대한 평가 결과는 내놓지 않았다.
스트레스트 테스트를 바탕으로 Fed는 은행들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제한키로 했다. 회삿돈(자본) 지출을 사전에 막아 위기 상황에서도 신용창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 마감 뒤 발표된 배당 제한 조치 때문에 주요 금융그룹의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내렸다. 웰스파고는 3% 남짓, 골드먼삭스는 약 4%, JP모건은 2% 가까이 떨어졌다. 이들 주가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제한에 앞서 발표된 볼커룰 완화 소식에 강세를 보였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