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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요금 내주면 100만원? 불법사금융 손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등록금 낼 돈이 부족했던 대학생 A씨는 우연히 ‘휴대폰 개통 시 즉시 100만원 지급’이라 적힌 명함형 광고를 봤다. 연락하니 “최신형 휴대폰을 개통해서 유심칩과 함께 가져오면 현금을 주겠다”고 하기에 그대로 하고 100만원을 받았다. 이른바 ‘나를 구제하는 대출’이란 뜻의 ‘내구제대출’이다.

월 8만원씩 연 46% 사채 쓰는 셈 #아이돌 티켓비 대주고 연리 1000% #금융위 “이자율 6%까지만 인정”

이후 휴대폰 요금이 월 8만원씩 A씨에게 청구됐다. 24개월 동안 총 192만원을 갚아야 하니, 사실상 연 46% 고금리로 빌린 셈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국제전화요금이 월 50만원 넘게 청구되더니, 휴대폰이 범죄에 사용됐다며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23일 금융위원회가 ‘불법사금융 근절방안’을 발표했다.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올해 4, 5월 하루 평균 34건으로 지난해(평균 20건)와 비교해 70%나 늘었다.

수법도 다양하다. 휴대폰을 개통시켜 할인매입한 뒤 대포폰으로 쓰는 ‘내구제대출’, 상품권 소액결제를 유도한 뒤 이를 온라인으로 할인매입하는 ‘상품권깡’이 성행한다.

또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갚게 하는 것을 반복하는 ‘30-50 대출’도 많이 쓰는 수법이다. 30-50대출의 금리를 따져보면 일주일 이자율이 67%, 연환산 이자율로는 3000%가 넘는다. 청소년을 겨냥해 ‘아이돌 콘서트티켓 비용 10만원을 입금해줄 테니 3일 뒤 11만원을 갚으라’는 식의 ‘대리입금’ 광고글도 최근 늘고 있다. 사흘 이자율 10%, 연환산으로는 1000%가 훌쩍 넘는다.

관계부처는 불법사금융에 대한 신속경보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난문자처럼 불법사금융 신종 수법을 주의하라는 내용의 경고문자를 발송키로 했다.

제도도 보완한다. 현 대부업법은 불법사금융이라고 해도 법정 최고금리인 연 24%까지는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정부는 법을 개정해 인정하는 이자율을 24%가 아닌 6%로 낮추기로 했다. 6%는 상법이 정한 상사법정이자율이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심정적으로는 불법사금융은 이자를 아예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법체계 연관성, 과잉금지 원칙을 고려해 관계부처 간 논의 끝에 6%로 낮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서 없는 구두 대출 또는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불법대출의 경우 대출약정을 무효화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연체이자까지 대출원금에 포함해 재대출해주는 것도 법 개정을 통해 무효화한다. 현재는 100만원을 20% 이자율로 빌려 갚지 못하면 연체이자를 포함해 120만원을 대출한 뒤, 여기에 또 20%의 이자율을 물렸다. 이는 사실상 최고금리(24%)나 연체가산금리(3%포인트) 규제를 무색하게 만든다. 따라서 앞으로는 최초 원금 100만원에만 이자율을 인정하도록 제도를 바꿀 예정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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