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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폭파순간 통일부 멘붕…장관은 국회, 차관은 석모도 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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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6일 오후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장을 서둘러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6일 오후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장을 서둘러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가운데 긴밀하게 움직여야 할 안보 부처가 다른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군 당국은 폭파 징후를 파악한 후 발 빠르게 움직였는데, 정작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폭파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9분쯤 북한 개성공단 지역에서 대형 폭발음이 들렸다. 군 수뇌부는 폭파 직후 즉각 반응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은 합동참모본부 지하 전투통제실로 이동해 영상을 확인하고 상황 관리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육군이 감시장비를 통해 공단 안에 있는 4층짜리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무너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군 당국은 최근 정세 변화를 고려해 주요 대상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폭파를 공개적으로 경고한 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주목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군 수뇌부는 빠르게 대처한 가운데 통일부는 폭파 사실 파악에 진땀을 흘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같은 시각 통일부를 떠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폭파 추정 보도가 나오자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폭발음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완파로 인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기에 와 있는 상황에 (폭발이) 벌어졌다”며 즉답을 미뤘다. 이어 “일단 예고된 부분이 있다”며 “조금 더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조금조금 보고를 받았다”고만 언급했다. 이후 김 장관은 외통위 위원들과 짧은 문답을 주고받은 후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날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인천 강화군 석모도를 찾아 주민 간담회를 갖고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정상 간 합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서호 통일부 차관이 대북전단과 물품(쌀이 든 페트병)을 살포한 현장 점검을 통해 이를 막기 위한 대안을 찾으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와중에서 정작 주무부처 차관은 대북전단 살포 현장을 방문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장관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통일부에선 보도를 통해 폭파 관련 소식을 접한 직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폭파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아는 바 없다”며 “아는 내용이 있으며 알려달라”고 반문했다. 그러다 폭파 이후 한 시간 가까이 지난 뒤 “북한이 오늘 오후 2시 49분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는 입장을 뒤늦게 밝혔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통일부는 협력을 중시하다 보니 북한의 경고를 비교적 낮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폭파 관련 첩보를 전달받고도 설마 오늘 정말로 폭파하겠냐는 희망을 갖고 대응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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