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아들이 갑자기 코피를 흘려요

중앙일보

입력

Q : 제 아들의 상태를 문의드리려고 인터넷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름:나원웅 91년11월16일생. 현재초등2. 몸무게22Kg
얘들아빠가 직장일로 내년초까지 그리스에 체류하고있어서 원웅이는 제누나와 함께 방학동안 아빠에게 가있으려고 지난 7월19일 그리스로 떠났답니다.
누나(85년생 중2)는 적응이 쉬운것 같은데 원웅이는 그리스에 간이후로 계속 코피를 흘린다고해서 답답하고 궁금해 이렇게 인터넷병원문을 두드리게 되었어요.
위에 썼다시피 원웅이는 키도작고(번호1번) 몸두 무척 말랐지만 그런대로 먹고 잘 뛰어놀고 명랑한 건강엔 큰 무리없는 그런 아이입니다.
그런데 7월20일 아테네 도착이후 매일 관광이 피곤한 때문인지 거의 매일아침 코피를 쏟는다고 해요.병원에 데리고 갔으면 하는데 그곳이 그리스라 여러가지로 불편하기도하고 또 아이가 낮에는 멀쩡히 잘먹고 잘놀고 잘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리스 날씨는 낮에는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지만 워낙 건조하여 밤에는 무척 시원하다고 합니다.
원웅이하고 통화도 몇번 했는데 목소리도 명랑하고 재미있다고 그러긴 하는데 왜 코피를 쏟는 걸까요?
어떡하면 좋을지 꼭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 아이가 평소에 코피를 자주 흘리던 아이가 아니고 긴 여행후 낮동안 잘 놀다가 코피를 흘린 경우라면 나름대로 여행이 피곤해서 생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코피가 흐르다 쉽게 멎는 경우라면 코안의 작은 혈관이 자극을 받아 터진 경우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래의 내용은 코피를 흘리는 아이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코피가 자주 나오는 아이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두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첫번째는 특별한 이유없이 나오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기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첫번째의 경우에도 사실은 코감기라던가, 열이 심하게 난다던가 혹은 다른 코피가 잘 날 수 있는 상황이 내재하고 있습니다. 코피가 나는 이유에 대하여 코의 구조를 설명드리면, 코피는 좌우쪽 비강(콧구멍)을 나누고 있는 비중격(가운데 뼈) 앞쪽의 혈관들이 충격 등의 이유로 터져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비중격 부근의 점막들은 유난히 얇고 약하며, 그 밑으로 단단한 연골과 붙어 있으므로 조그마한 외상이나 염증에 의해서도 쉽게 코피가 날 수 있습니다. 특히 습관적으로 코를 만지거나, 콧구멍을 후비거나, 코를 세게 푸는 아이들에게 코피가 자주 나오게 됩니다. 코피는 주로 겨울철에 빈발하게 되고, 이때 공기가 건조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코감기에 걸리게 되면 코에 염증이 생겨 점막이 붓고 충혈되기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쉽게 코피가 나오게 됩니다. 더욱이 심한 열이 있게 되면 혈관들이 확장되기 때문에 코피가 쉽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코피가 나오지 않게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코를 건드려서 발생하게 되므로 절대로 코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특히 감기에 걸렸을때에는 코를 세게 풀지 못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코감기가 있으면 콧물도 나오고 코가 간지러울 수 있으므로 무의식중에 코로 손이 많이 가게 되지만, 그래도 되도록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고, 콧물도 나오는 것만 가볍게 닦도록 하십시오.

코피가 자주나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실내 습도에 특히 주의하여야 합니다. 코 점막의 습도가 60% 미만으로 유지되면 코 딱지가 생겨 코피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계속 건조하고 코피가 자주 나는 경우에는 항생제 연고(테라마이신 안연고 등)를 코 점막에 가볍게 하루에 두차례 정도 발라주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습도를 유지하려고 가습기를 트는 경우 아무리 깨끗하게 매일 닦고 물을 갈아 주어도 세균이나 곰팡이가 자랄 수 있으며 이 것이 호흡기에 자극을 주어 기관지염이나 다른 호흡기 감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좋은 방법은 실내 공기의 주기적인 환기와 젖은 빨래, 수건 등을 널어 놓거나, 가끔 분무기 등을 이용하여 집안 전체에 물을 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습도가 너무 높으면 집안에 곰팡이 등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게 되므로 이 점도 유의하셔야 합니다.

두번째로 기본적인 이상이 있으면서 코피가 자주 나오는 경우입니다. 외가 친척중에 문제가 되었던 병명이 혈소판감소증이 확실하다면 이 질환 자체는 유전성이 있는 질환은 아닙니다. 유전이 되는 출혈성 질환으로는 혈우병과 같은 혈액응고인자 결핍증, 선천성 혈소판기능이상증, 유전성 미세혈관장애 등이 있습니다.

피를 멎게하는 데는 혈관의 수축, 혈소판, 혈액응고인자 작용의 삼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이중에 한가지에도 이상이 있으면 출혈이 되기 쉽습니다. 위에 열거한 질환 등이 각각의 요소에 이상이 있는 질환들 입니다.
이러한 유전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몇가지 이상 소견이 관찰 될 수 있습니다. 즉, 과거 수술(발치, 포경수술 등), 근육주사, 예방접종 같은 것이 있은후 출혈이 있었는지 혹은 피가 잘 안멎는 것을 느꼈는지요?

혹은 피하출혈이 자주 있어, 멍이 잘 든다든가, 피부에 아주 작은 붉은 반점의 출혈이 있은 적이 있었는지, 근육이나 관절을 다친 경우 쉽게 부어오르는 출혈이 있었는지 등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위에 열거한 것중에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여러 가지 출혈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종합검사가 필요합니다.

아이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선천적인 출혈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설명드린 방법대로 코피가 나지 않게 조심하도록 해 보시고 그래도 계속 문제가 있다면 다시 한번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과 상의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고로 코피가 나면 머리를 앞으로 숙여 목 뒤로 피가 넘어가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이 상태에서 엄지와 검지로 피가 멎을 때 까지 양쪽 코를 꼭 눌러 주면 됩니다.10분 정도 누르면 대개는 멎게 됩니다. 흔히 목을 뒤로 젖혀 솜으로 콧구멍으 틀어 막는데 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목을 뒤로 젖히면 코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쉽고, 코피가 기도로 흘러가면 폐렴이 생길 수 있고,식도로 넘어가면 위장장애의 원인이 됩니다. 혹시 목 뒤로 피가 넘어가는 경우 삼키지 말고 뱉어 버리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소아과 유철주교수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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