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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P 앞선 바이든 불안하다···그뒤엔 트럼프 4년전 성공전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소평가할 수 없는 중요한 이정표.'

트럼프, 이번에도 "가짜 여론조사" 반격

최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에 대한 CNN의 평가다. 잇따라 지지율 50%대를 넘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더니 급기야 지난 8일(현지시간) CNN 여론조사에선 55%의 지지를 얻어 41%에 그친 트럼프와 격차를 14%p로 벌렸다.

'이미 바이든과 함께 있는 유권자들을 데려오지 않으면 트럼프의 길은 험난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트윗으로 응수했다.

'CNN 여론조사는 그들 기사만큼이나 가짜다. 비뚤어진 힐러리와 맞설 때도 같은 숫자, 더 나쁜 숫자였다. 민주당은 미국을 망칠 것이다.'

14%p라는 격차에 조급함이 묻어나는 트윗이다. 하지만 CNN의 표현대로 '중요한 이정표'라고만 보기 힘든 이유, 민주당 입장에선 결코 안심할 수만 없는 격차인 이유가 트럼프의 트윗 속에 동시에 숨어 있다.

2020년 각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20년 각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트럼프, 4년 전 6월에도 줄곧 뒤지다 최종 승리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대로 2016년 미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줄곧 앞섰다. 여론조사분석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그해 5월부터 선거 직전까지 실시된 200여 회의 각 매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가 앞선 적은 30번이 채 되지 않는다. 일방적인 결과였다.

2016년 각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6년 각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히 지금과 비슷한 시기인 6월 초 결과를 보면, ^클린턴 44% 대 트럼프 41%(이코노미스트/YouGov, 6월 2~5일) ^클린턴 43% 대 트럼프 37%(CBS 뉴스 6월 9~13일)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달리 지금보다 그다지 '더 나쁜 숫자'는 아니었다.

반면 지금의 14%p 격차는 바이든에겐 '더 좋은' 숫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안심할 수 없는 것은 트럼프 후보가 한 번 성공한 전략을 그대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선거 전 세 차례 열린 대선 토론회는 모두 클린턴 후보에게 유리하게 끝났다. 각 토론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누가 잘했나'를 묻는 질문에도 '클린턴'을 꼽은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후보는 이런 결과를 "가짜 여론조사(Fake Polling)"라고 몰아세웠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소셜미디어에서 진행된 인기투표를 내세우며 본인이 토론의 승리자라고 주장했다. 이런 영향 탓인지 1차에서 3차까지 토론이 진행될수록 주류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두 후보 간의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졌다.

2016년 미 대선 토론 누가 잘했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6년 미 대선 토론 누가 잘했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클린턴, 토론회 이겨도 지지율 격차 계속 줄어 

이후 선거 직전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격차는 계속 줄었다. 11월 초 블룸버그가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는 클린턴 46% 대 트럼프 43%. 결과를 확신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실제 선거에선 트럼프 후보가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면서 결국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물론 지금 상황을 당시와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4년 전에는 없었던 코로나19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상당히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번 CNN 여론조사에서도 경찰의 가혹 행위로 일어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해 응답자 84%가 '정당하다'고 답했다. '정당하지 않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또 미국의 인종 갈등을 잘 다룰 것 같은 인물로 91%가 바이든을 꼽았고, 트럼프는 9%에 불과했다.

CNN의 분석대로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는 '중요한 이정표'일지, 트럼프의 말대로 '기사만큼 가짜'였을지, 답이 나오기까지는 이제 5개월 남았다.

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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