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과 섬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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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사는 부시맨은 대장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
그 해답은 바로 섬유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섬유소는 에너지원도 되지 못하고 다만 변통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는 정도로, 오히려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고 영양소의 이용효율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인식되어 경시되어 왔는데요. 이런 이유로 선진국으로 갈수록 섬유소 부족에 과식, 운동부족 등이 가세하여 이른바 문화병으로 알려진 고지혈증, 허혈성심장질환, 당뇨병, 대장암, 담석증, 장게실증 등의 성인병 발생률이 증가하여 사회문제로 발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의 채식주의 식생활에서 점점 서구 식생활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여 섬유소의 섭취량이 적어지면서 성인병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섬유소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우리의 식생활을 한 번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섬유소의 정체를 밝히자
섬유소는 물과 친한지 여부에 따라 나뉘는데, 물과 친하면 수용성 섬유소, 친하지 않으면 비수용성 섬유소라고 부릅니다.

☞ 수용성 섬유소
식품 속에 존재하는 섬유소의 본래 성질은 우리 몸에 섬유소를 소화시킬 만한 소화효소가 없기 때문에 불소화성이지만 모든 식이성 섬유소가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는 것은 아닙니다. 섬유소 중 수용성 섬유소는 장내에서 미생물에 의해 소화될 수 있으며, 또한 발효가 되는 경우도 있어 이 과정이 제대로 일어난다면 약 섬유소 1g당 3kcal의 열량을 내게 됩니다.

수용성 섬유소가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을 보면

물을 흡수하여 젤리 상태로 되어 위를 팽창시켜 포만감을 느끼게 합니다.
음식물의 흡수를 지연시킵니다.
혈장의 콜레스테롤치도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수용성 섬유소는 귀리, 보리, 콩, 완두, 감자, 사과, 오렌지, 포도, 딸기, 다시마, 미역 등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 비수용성 섬유소
비수용성 섬유소는 스폰지 형태로, 변의 부피를 늘려주어 장의 통과시간을 빠르게 합니다. 비수용성 섬유소는 통밀, 옥수수, 땅콩껍질, 곡류의 껍질, 근대, 아욱, 무, 고사리 등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섬유소가 하는 일을 보면...

섬유소는 영양학적 가치는 별로 없지만 소화기관을 통과할 때 그 특성을 발휘함으로써 소화관이나 같이 섭취한 음식물에 영향을 줍니다.

☞ 대변량을 증가시킵니다
섬유소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대변량이 많습니다. 섬유소의 섭취량이 많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1일 500g의 대변을 보는데 비해 미국인의 대변량은 1일 약 100g정도라고 합니다. 섬유소 중 수용성 섬유소는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커서 물이 섬유소의 표면이나 틈새에 끼어들어 섬유소의 크기를 늘려 결과적으로 대변량을 증가시키고 대변을 부드럽게 합니다.

☞ 소화기관의 통과시간을 단축시킵니다
음식물을 먹은 다음 대변으로까지 배설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소화관 통과시간이라고 하는데 섬유소 섭취량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그 시간이 짧습니다. 특히 비수용성 섬유소를 많이 섭취할수록 그 시간이 더 짧아집니다.

☞ 대장 계실증의 발생을 예방합니다
대장게실증은 대장의 점막층이 대변이 통과하지 않고 머물러 있음에 따라 상승된 압력에 의해 근육층이 적거나 얇게 된 부분이 돌출된 상태로 최근에는 섬유소 부족 질병이라고까지 불립니다. 섬유소는 장내를 통과하면서 장내에 있는 찌거기들을 흡착하여 제거하는 한편 음식물이 장내에 머무는 시간을 단축시켜 대장 계실증 등의 여러 가지 장질환의 발생을 예방합니다.

☞ 영양소의 소화, 흡수를 저하시킵니다
섬유소는 음식물이나 소화효소가 소화관내에서 퍼져 나가는 것을 막거나 또는 점막에 섬유소가 붙어 영양소의 흡수를 저해하고, 음식물의 소화관 통과시간을 단축시켜 영양소가 소화되는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음으로써 소화, 흡수가 충분히 되지 않은 채로 배설되게 됩니다. 이런 작용은 체중감량이나 비만의 예방에 좋습니다.

☞ 영양소의 흡수를 지연시킵니다
수용성 섬유소는 소화를 천천히 일어나게 하여 흡수를 지연시키므로 혈당을 천천히 올라가게 하여 당뇨병의 예방과 관리에 좋습니다.

☞ 담즙산의 흡수를 감소시킵니다
담즙산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주재료로 하여 만들어져서 담낭을 거쳐 소장으로 분비되어 음식물에 있는 지방을 소화, 흡수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다시 간으로 재흡수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섬유소는 담즙산의 소장에서의 재흡수를 방해하여 대변으로 배설시킬 뿐만 아니라 음식물 중에 있는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저하시켜 고지혈증, 심장병, 고혈압 등의 예방과 치료에 좋습니다.

▣섬유소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많은 양의 섬유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 장내 질병이 생깁니다
섬유소가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면 부피가 아주 커지게 되므로,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면 팽창한 섬유소가 장관점막과 접촉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그 작용에 의해 점막이 손상을 받게 됩니다.

☞ 무기질의 흡수를 저해합니다
섬유소는 우리 몸에 필요한 칼슘, 철분, 아연, 인 등의 무기질의 흡수를 저해하는데, 특히 임산부나 노인과 같이 칼슘이 부족될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섬유소를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비타민의 흡수를 저해합니다
비타민의 경우에 주로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가 저해되는데, 비타민 K의 경우 지용성 비타민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장내 합성이 되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섬유소가 많이 든 식품

섬유소의 적당한 섭취를 위한 힌트

☞ 섬유소와 친해지기 위한 생활수칙

쌀밥보다는 잡곡밥, 콩밥으로 먹습니다.
국이나 찌개, 고기반찬에 들어 있는 건더기를 다 건져 먹습니다.
야채 녹즙보다는 생야채를 그대로 먹습니다.
미역, 김, 다시마, 파래 등의 해조류를 하루 1가지 정도 먹습니다.
매 식사마다 김치를 포함한 3가지 이상의 채소반찬을 먹습니다.
간식으로 과자나 사탕보다는 과일, 오이, 당근을 먹습니다.

☞ 섭취시 유의사항
갑자기 다량의 섬유소를 섭취하면 설사, 복통, 가스 생성, 그리고 위가 늘어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서서히 증가시키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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