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장기전을 진두지휘하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무엇일까. 4일 답이 나왔다. 바로 '깜깜이 감염'이다. 깜깜이 감염은 역학조사에서 감염원인이나 경로를 확인하기 어려운 오리무중인 상황을 말한다.
정 본부장은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 마무리 발언에서 “보건당국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사실 깜깜이 감염”이라고 말하며 최근의 고충을 에둘러 내비쳤다.
정 본부장은 “이런 깜깜이 감염이 위험한 것은 (코로나19) 취약계층인 고령자나 기저질환(지병)자 등에 전파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정 본부장이 방역 당국이 직면한 난제로 '깜깜이 감염'을 꼽은 이유가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2주(지난달 21일~이달 4일) 사이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507명 가운데 감염원을 파악하기 힘든 환자는 45명(8.9%)이나 됐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전환 기준 중 하나인 이런 깜깜이 환자비율(5% 미만)을 훌쩍 웃돌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깜깜이 감염' 못지 않게 정 본부장은 우려하는 것은 방역당국이 대규모 유행을 뒤늦게 발견하는 상황이다.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어서다.
정 본부장은 “이런 경우 굉장히 단기간에 폭발적인 그런 환자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의) 의료대응체계와 의료자원이 감당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까 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확진자 증가세로 이어지자 방역당국 핵심 책임자 중 한 명으로서 우려와 고민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