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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민노당 대표 문성현 불러 강의 들었다, 삼성 사장단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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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삼성 사장단이 1일 '한국 노동운동 1세대'에 속하는 문성현(69·사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초청해 '미래 지향적 노사관계'를 주제로 한 강연을 들었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 선언 전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6개 계열사 등에 노조가 설립됐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 위원장(1999년)과 민노당 대표를 지냈고, 2017년 8월부턴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를 이끌고 있다.

3년 만의 첫 사장단 강연에 노동계 인사 초청 

삼성에 따르면 문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약 두시간 동안의 강연에서 ▶한국노동운동의 특징과 역사 ▶건전한 노사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방향 ▶삼성 노사관계에 대한 외부의 시각 등을 강의했다. 삼성 사장단이 함께 모여 외부인사의 강연을 들은 건 2017년 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문 위원장의 강연에는 삼성의 3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의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참석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대표이사),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대표이사) 등 모두 20명 가량이 강연을 경청했고 질의 응답을 가졌다. 특히 문 위원장은 삼성 경영진에게 "경영진이 직접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먼저 변화하는 게 미래지향적 노사관계의 출발점"이라며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삼성 사장단이 3년 4개월 만의 외부 인사 강연을 노동계 인사에 맡긴 데에는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이재용(52) 부회장의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의 강연 역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는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고 한다.

이재용의 '무노조 경영' 폐기 후속 조치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 시절, 강성 노동운동을 했던 문 위원장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첫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경사노위는 과거 노사정 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조직으로 최근 들어 '제 1노조'(조합원이 가장 많은 상급노조)에 오른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설득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 계열사 가운데에는 삼성전자서비스·에스원·삼성엔지니어링 등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결성돼 있다. 민주노총과 제 1노조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노총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화재 등에 산하 노조를 두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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