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본 트럼프도 "끔찍"···유혈 충돌로 번진 美흑인 사망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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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조지 플로이드 과잉 진압 사망 사건으로 성난 시위대가 28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네폴리스 경찰서 입구에 방화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흑인 조지 플로이드 과잉 진압 사망 사건으로 성난 시위대가 28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네폴리스 경찰서 입구에 방화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州)에서 백인 경찰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목을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분노한 수천명의 시위대가 사흘째 격렬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격화하는 양상이다. 27일 저녁 수천명의 군중은 미니애폴리스 헤네핀카운티 정부센터 광장에 모여 사망한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이름을 외치며 경찰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평화롭던 시위는 진압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고함을 지르며 뛰어들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후 시위는 격화돼 유혈 충돌로 번졌다. 성난 군중은 도심에서 경찰에 돌을 던지며 맞섰고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섬광탄과 최루탄을 쐈다. 28일에는 시위대가 지구대 경찰서를 방화할 정도로 시위가 격렬해졌다.

일부 시위대는 인근 대형마트 창을 깨고 들어가 약탈한 뒤 마트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도심 전당포에서는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당포 주인이 약탈범에게 총을 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집계된 방화 사건은 30여 건에 이른다.

미네소타주 '비상사태' 선포 

미네소타주 미네폴리스의 경찰서 입구를 방화한 시위대가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네소타주 미네폴리스의 경찰서 입구를 방화한 시위대가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격렬한 시위는 미네소타 주도인 세인트폴에서도 발생했다. 시위가 세인트폴로 번지자 미네소타 주의회는 의원과 직원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주 방위군을 소집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순찰차 유리창을 부쉈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사건 조사 중" 

사태가 심각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8일 "(진압 영상은) 충격적인 장면이었다"며 "사건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위대가 요구하는 사건 연루 경찰들의 처분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압 영상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본 것으로 전해졌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끔찍하고 비극적인 영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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