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단 한번에 중독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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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도 마약 중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은 어떻게 해서 마약에 중독이 되며 심지어 어떻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자로 전락하게 되느냐는 것.

서울대의대 정신과 강웅구 교수는 "실제 마약 중독자 중에는 처음부터 마약인 줄 알고 중독된 사람도 있지만 살빼는 약으로 알고 먹다가 중독되는 등 억울한 환자도 있다" 고 설명한다.

마약은 뇌신경계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일단 중독이 되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끊기 어렵다. 대뇌에는 흡수된 마약이 특정 부위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하는 보상중추가 있다.

따라서 일단 한번 마약을 복용해 기분좋은 경험을 하면 이 사실이 대뇌에 기억돼 자꾸 그 물질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조건반사에 의한 학습인 셈.

또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마약중독자들의 뇌에는 도파민이란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강교수는 "알콜 중독처럼 마약중독 역시 중독될 가능성이 높은 체질을 어느정도 타고나므로 가족중에 중독자가 있거나 흡연.술 등을 잘 끊지 못하는 사람은 호기심에서라도 마약에 접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마약이 치명적인 이유는 대뇌구조를 변화시키는 중독성 이외에도 내성이 심하기 때문. 즉 처음 마약을 접했을 때의 효과를 얻기 위해선 나날이 용량을 높여야만 된다.

그러면 마약은 얼마만에 중독에 이르게 될까. 마약을 시작한 뒤 중독자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마약의 종류와 얼마나 빠른 방법으로 마약을 흡수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강교수는 "마약의 중독성은 먹는 것보다 흡입이나 정맥주사를 통해 흡수될 때 훨씬 강하다" 며 "중독이 쉽게 되는 소인을 타고 난 사람이라면 단 한번만의 경험으로도 중독자가 될 수 있다" 고 경고한다.

마약 종류는 크게 필로폰과 같은 중추신경 흥분제, 몰핀이나 헤로인 등의 아편계, 대마초나 LSD등의 환각제와 본드나 부탄가스 등의 유기용매로 나눌 수 있다.

종류에 따른 중독성은 히로뽕이 가장 강하며 다음으로 몰핀.코카인.LSD 순. 이중 유기용매는 물질 그자체에 독성이 심한 물질인데다 폭발 등의 사고 위험성까지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일단 마약에 중독되면 끊을 때 불안.초조.악몽.불면.환각 등 심한 금단 증상 때문에 더욱 더 끊기가 어렵다.

마약중독 치료는 일단 뇌의 변화가 일어난 뇌질환으로 생각해야 하며 마음먹기 따라 치료가 되는 병은 아니다.

치료는 중독된 약물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금단증상.중독성 치료 후에도 약물치료와 장기간에 걸친 정신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최근 신치료제는 도파민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기능을 높여 과도하게 분비된 도파민이 수용체와 많이 결합하게 해 증가된 도파민 농도를 줄여주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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