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00년 노벨 의학상 수상 의미]

중앙일보

입력

히틀러는 왜 2차세계대전을 일으켰고 밀로셰비치는 무슨 생각을 했기에 코소보인들을 대량 학살했을까.

올해 노벨의학상의 영광을 안은 세사람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의문점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창조력을 결정하는 정체성(Identity) 은 신경세포들의 활동에 의해 규정된다.

그런데 이 정체성이 신경전달물질이란 화학물질을 통해 신경세포들간에 정보를 주고 받음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이들 수상자들이 밝혀낸 것이다.

인간의 특성인 고도의 정신기능을 비롯해 감정.운동.감각기능 등이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서울대의대 정신과 권준수교수는 "이들의 업적 덕분에 뇌컴퓨터 촬영 등 영상진단으로 발견할 수 없었던 각종 신경.정신과 질환들의 원인이 밝혀졌다" 며 "그 결과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 및 앞으로 개발될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게 된 것" 이라고 설명한다.

정신분열증.우울증.노이로제로 알려진 각종 신경증.수면장애.파킨슨병 등 신경.정신과 질환 치료에 혁명적 단서를 제공한 것이다.

예컨대 우울증의 원인도 이전에는 타고난 성격과 환경탓으로 돌렸었다. 따라서 그동안 치료방법 역시 상담.행동요법 등 비약물적 치료가 전부였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소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는 뇌에서 이 물질의 농도를 높여 줌으로써 효과 높은 치료가 가능해졌다.

현재 주된 우울증 치료제인 해피메이커가 바로 이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주는 약이다.

필로폰 등의 마약중독도 도파민이란 신경전달물질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것이 원인이다.

따라서 마약 치료를 단순히 중독증상 치료 및 행동치료를 하는데서 벗어나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을 항진시키는 약물을 투여하는 근본적인 치료의 길이 열린 것이다.

난치병으로 알려진 정신분열병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개발돼 사용되고 있는 항정신병약물들이 바로 이렇게 과다하게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작용을 못하도록 억제하는 약물들이다.

권교수는 "한가지 질환에 한가지 신경전달물질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앞으로 여러가지 신경전달물질의 상호작용이 밝혀지면 더 효율적인 치료제가 개발 될 것" 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발견으로 치료의 큰 획을 긋게 된 신경과 질환이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파킨스병이다.

성균관대의대 신경과 이원용 교수는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엘도파는 뇌에서 도파민이 감소된 파킨슨 환자에게 도파민 성분을 투여하는 약" 이라고 밝힌다.

그는 앞으로는 신경.정신과 질환 뿐 아니라 각종 성격장애 등을 치료하는데 이들의 업적이 이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의대 약리학 서유헌 교수는 "인간을 문화 창조의 주체자이자 만물의 영장이 되게 한 근원이 바로 신경전달물질" 이라며 "현재까지 밝혀진 신경전달물질은 40여종 이상에 불과하지만 뇌에는 훨씬 더 많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며 이들의 기능과 특성을 완전히 밝혀내면 인간의 본질도 규명될 것" 이라고 강조한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