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중단됐던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이 8개월 만에 재개된다고 외교부가 28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50만 달러 상당의 유전병 치료제가 이란으로 29일 항공 운송될 예정”이라며 “6월 중 약 200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을 추가로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중단됐던 한국과 이란의 인도적 교역이 재개된 첫 사례다. 당시 미국은 이란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 공습 사건을 계기로 이란 국영 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올렸고 이후 한국과의 인도적 교역도 중단됐다. 한·이란의 주요 교역 상품인 석유, 가전 등은 이미 지난해 5월부터 중단된 상태였다.
외교부는 지난해 말부터 “의약·식료품 등 인도적 부문의 교역이라도 터 달라”며 미 재무부 등에 요구해왔다.
그러던 중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교역 허용’ 압력이 가중됐다.
이에 미 정부는 지난달 6일 인도적 물품에 한해 거래를 허용하는 ‘일반 라이센스 8번’이라는 예외 절차를 허용했다. 이란제재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과 거래하지 않는다는 ‘강화된 주의 의무’를 지킨다는 전제하에 인도적 물품 거래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의약품을 수출하고, 이에 대한 물품 대금을 한국 시중은행의 이란 원화계좌에서 인출해 갈 수 있게 됐다.
다만 미 정부는 인도적 교역도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인 교역 재개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숨통을 튼 정도라는 것이다.
실제 이란 보건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란 제재 탓에 한국 바이오 업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키트를 수입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