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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미래다] 어려운 분단과 통일의 역사, 이젠 게임으로 쉽게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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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페커즈’는 한국·독일의 통일 관련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월페커즈로 수업 중인 학생들 [사진 미래엔]

‘월페커즈’는 한국·독일의 통일 관련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월페커즈로 수업 중인 학생들 [사진 미래엔]

지난해 교육부와 통일부가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6만6000여 명과 교사 38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79.5%로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미래엔

하지만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8년보다 7.5%p 감소한 55.5%에 그쳤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로는 ▶‘통일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판단하기 어려워서(63.1%)’ ▶‘통일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서(12.6%)’ ▶‘통일이 되든 안 되든 나와 상관없기 때문에(11.9%)’라고 응답해 통일교육의 실효성이 기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현장에서 내실 있는 통일교육을 위한 지원도 절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사에게 ‘학교 통일교육 운영’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1.9%만 ‘학교 통일교육 운영이 원활하다’고 응답했다.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로 ‘다양한 체험 활동 제공(50.4%)’과 ‘통일교육 자료 보급(48.4%)’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학생 참여형 혁신 수업 콘텐트 보급

육하원칙 단서물 키트 [사진 미래엔]

육하원칙 단서물 키트 [사진 미래엔]

교육출판 전문기업인 ㈜미래엔은 학생의 능동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엔은 ‘가르침 중심’에서 ‘배움 중심’으로 변화하는 최근 교육의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교수 활동 지원 플랫폼을 통해 전국 초·중·고 교사에게 ▶‘거꾸로 교실(교사의 일방적 강의 대신 동영상과 모둠 학습으로 학생 중심 수업을 실현하는 수업방식)’ ▶‘비주얼 씽킹(생각과 정보를 글·도형·기호·색상 등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공감하며 나누는 수업방식)’ ▶‘하브루타(짝을 지어 질문, 토론하며 공부하는 창의 인재 양성 수업)’ 등 교과과정과 연계한 사용자 참여형 수업 혁신 콘텐트를 보급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미래엔이 게임 기반 교육 콘텐트 기업인 ‘㈜놀공’과 손잡고 지난해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보급하고 있는 디지털 통일교육 프로그램 ‘월페커즈(Wallpeckers): DMZ에서 베를린장벽까지(이하 ‘월페커즈’)’가 화제다.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방식을 적용해 풀어낸 새로운 형식의 체험형 통일 교육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임이 아닌 분야의 문제 해결을 위해 게임적 요소를 더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참가자가 보상과 경쟁심리 등 게임적 특성을 활용해 어려움을 느끼는 주제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게임으로 통일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월페커즈 인스쿨 애플리케이션 화면 모습 [사진 미래엔]

월페커즈 인스쿨 애플리케이션 화면 모습 [사진 미래엔]

‘월페커즈(Wallpeckers)’는 ‘장벽을 부수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1989년 독일의 베를린장벽 붕괴 당시 망치나 곡괭이로 실제 장벽을 부쉈던 독일인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미래에 통일의 주체가 될 학생에게 통일을 가로막는 갈등과 마음의 벽을 허물고 평화를 향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월페커즈’는 학생이 직접 분단 전문기자가 돼 한국과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관련된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학생은 애플리케이션과 키트를 활용해 정치·사회·문화·스포츠·인물 등 6개 분야를 선택해 비어 있는 육하원칙의 요소를 채워가며 기사를 작성한다.

선택한 기사에서 ‘누가’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다면 다른 육하원칙의 요소들과 헤드라인을 통해 내용을 추리해 ‘누가’ 단서물 키트에서 해당 세 자릿수 코드를 찾아 넣으면 된다. 이렇게 채워 완성한 기사는 데스크의 팩트체크를 거쳐 송고할 수 있다.

학생은 기사를 작성하면서 느꼈던 감정(해시태그)을 선택하고 기사를 발행한다. 완성된 기사에는 해당 사건과 관련된 추가 정보가 댓글로 소개돼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하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주어진 시간 내 가능한 많은 기사를 완성해 점수를 얻으면 ‘인턴기자-편집기자-편집장-주필’의 단계로 승진할 수 있다.

‘월페커즈’는 학생이 일방적으로 교사의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닌, 직접 정보를 찾아가며 기사를 작성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멀게 느껴졌던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점점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래형 교육 문화 조성을 위한 교수활동 지원 활발

미래엔과 놀공이 함께하는 ‘월페커즈’는 통일교육 지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지원한다.

지난해 하반기 동안 전국 502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했다. 이 과정을 수료한 교사를 통해 273개 학교에 ‘월페커즈’ 키트를 보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월페커즈’ 전용 학습 지원 사이트를 통해 튜토리얼 영상 및 사전·사후 수업 운영안 샘플 등을 제공해 수월한 통일교육 학습 지도를 돕는다.

‘월페커즈’가 단순히 일회성의 게임에 그치지 않고 학생에게 실제 교육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교수활동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래엔은 올해 전국 600개 학교에 ‘월페커즈’ 키트를 보급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연수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교수 학습 활동을 돕기 위해 월페커즈 온라인 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학생이 실물 단서 없이도 집에서도 통일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월페커즈 전용 사이트인 ‘월페커즈 인스쿨’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미래엔은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학교공간혁신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건축놀이사무소’ 등 참여형 혁신 수업 콘텐트를 제공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월페커즈 수업으로 재미와 의미 둘 다 잡아 … 학생들 몰입도 최상” 

인터뷰 박영민 전남 영광군 불갑초등학교 교사

디지털 통일교육 ‘월페커즈’ 수업은 몰입도가 높다고 박영민 교사가 말하고 있다. [사진 미래엔]

디지털 통일교육 ‘월페커즈’ 수업은 몰입도가 높다고 박영민 교사가 말하고 있다. [사진 미래엔]

‘월페커즈’는 평소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평화와 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통일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나 새로운 통일 교육법을 찾는 현장 교사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박영민 전남 영광군 불갑초등학교 교사에게 디지털 통일교육 ‘월페커즈’ 수업에 대해 들어봤다.

월페커즈로 수업한 학생의 반응은 어떤가. 또 실제 어떤 교육적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나.
“게이미피케이션에 조금 더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당연히 흥미도는 높아지지만, 재미만을 추구하다 보면 그 수업의 목표와 의미가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전·사후 수업을 구성하고 하나의 ‘월페커즈’ 프로젝트 형식으로 수업을 운영함으로써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구성해 진행했다. 역시 학생의 반응은 매우 좋았고 뉴스에서만 접하던 통일의 과정과 의미, 우리보다 먼저 통일의 과정을 경험한 독일과의 사례 비교를 통해 통일이 너무 먼 미래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월페커즈를 직접 이용했을 때 기존 학습방법과 가장 큰 차이점은.
“월페커즈를 통한 통일교육이 기존의 수업방식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부분은 역시 흥미와 몰입도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여 정보를 모으고 기사를 작성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벌써 30분이 지나가 버리는 경험을 하는 학생을 볼 때마다 우리가 과연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디자인해 주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번 학기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 월페커즈를 수업에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우리 학교는 소규모라 이미 개학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수업의 형태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그런 수업 현장에 ‘월페커즈’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번 온라인 월페커즈를 활용한 수업은 자료를 찾아 이동하는 동선은 최소화하고 그로 인해 확보된 시간적 여유는 사전·사후 수업에 더욱 활용할 수 있을 듯 하다.”
아직 월페커즈를 경험하지 못한 교사에게 월페커즈 수업을 추천한다면.
“학생들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참 행복했다. 어떻게 하면 수업에 저렇게 몰입할 수 있을까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통일 교육에서 학생의 몰입 모습을 경험하고 싶은 선생님들께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중앙일보디자인=송덕순 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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