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안전 확보 어려운 사업 철수 고려"…사고 인도 공장은 이전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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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LG화학은 인도 등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고와 관련한 환경·안전 강화 대책을 26일 발표했다. 환경 및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사업은 추진하지 않고, 기존 사업도 검토해 환경 및 안전 문제가 있으면 철수까지 고려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각) 인도 사업장에선 가스 누출로 12명이 숨졌고, 19일에는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화재사고로 직원 1명이 사망했다.

LG화학은 총 40개 사업장(국내 17개, 해외 23개)을 대상으로 다음 달 말까지 고위험 공정과 설비에 대해 긴급 진단에 나선다. 개선해야 할 사항에 대해 즉각 조처하고, 단기간에 문제 해결이 어려운 공정·설비는 해결될 때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특히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인도 사업장에 대해선 공장 이전을 포함한 후속 대책을 원점에서 논의한다. LG화학은 “긴급·정밀 진단은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 리스크를 도출해 이중, 삼중 안전장치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 강화 대책은 구광모 ㈜LG 대표의 강도높은 주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지난 20일 LG화학 화재사고 사업장을 찾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당시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며 “최근 잇따른 안전·환경 사고에 대해 모든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원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이 이날 발표한 대책엔 최고경영자(CEO)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안전 기준을 재정립하겠다는 안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매월 2회 CEO 주관으로 각 사업본부장,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환경안전담당 등이 참석하는 특별경영회의를 개최한다. 특별경영회의에선 긴급·정밀점검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투자 검토에서 설치·운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혁신한다.

지난 19일 발생한 서산 LG화학 대산공장 폭발사고 현장. 이 사고로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중앙포토

지난 19일 발생한 서산 LG화학 대산공장 폭발사고 현장. 이 사고로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중앙포토

대책 발표를 통해 신학철 부회장은 안전 관리 전면에 나섰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배출 가스 조작에 연루된 전남 여수 PVC(폴리염화비닐) 공장 폐쇄를 직접 결정했다. 매출 1000억원 수준의 공장 폐쇄를 놓고 LG화학 내부에선 “외부 영입 CEO의 파격적인 결정”이란 해석이 나왔다. LG화학은 설계 단계부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투자는 규모와 상관없이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신 부회장은 “환경·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은 절대 추진하지 않으며, 현재 운영하는 사업도 환경·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철수까지도 고려하겠다”며 “철저한 반성을 통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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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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