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지지율에 당황한 아베, 코로나 긴급사태 1주 당겨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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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완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완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도쿄도와 주변 지바(千葉)현, 가나가와(神奈川)현, 사이타마(埼玉)현, 홋카이도(北海道) 등 5개 광역단체에 발령 중이던 긴급사태선언을 25일 해제했다. 이로써 지난달 7일부터 순차적으로 전국에 발령됐던 긴급사태 선언은 완전히 해제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신규 확진자가 매일 50명 이하, 입원환자가 2000명 이하로 줄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엄격한 해제 기준을 전국적으로 충족시켰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제 기준 급조 “전국적으로 충족” #경제 살리기로 지지율 반등 노려

당초 긴급사태선언의 기한은 이달 말까지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의 수가 인구 10만명당 0.5명 이하’ 등의 기준을 만들어 해제를 앞당겼다. 사실 25일 해제가 결정된 5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나가와현(24일까지 0.70)과 홋카이도(0.72)의 경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대세에 지장이 없다”며 해제를 밀어붙였다.

긴급사태 해제에 따라 경제·사회 활동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당장 도쿄도는 26일부터 음식점의 영업시간을 현재 오후 8시까지에서 오후 10시까지로 연장하고, 박물관과 도서관 등을 개방한다. 프로야구도 6월 19일 무관객 경기로 시작된다. 일본 정부는 향후 3주마다 감염 상황을 평가해 운동경기와 콘서트 등 각종 이벤트의 개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집단감염 발생 가능성이 남아있는 노래방이나 스포츠클럽 등의 시설도 원칙적으로 6월 1일부터는 영업을 허용하는 방향이어서 논란도 예상된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긴급사태 해제를 앞당기고 경제활동 재개를 서두르는 건 “아베노믹스로 일으켜 세운 일본 경제를 더는 위축시켜선 곤란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동시에 최근 20%대로 곤두박질한 내각 지지율의 반등을 꾀하려는 정치적인 계산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아사히 신문이 5월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정권 발족 이후 최저치인 29%를 기록했다. 지난 16~17일 조사 때의 33%에서 4%포인트 하락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포인트 상승한 52%에 달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로선 긴급사태선언을 빨리 해제하고, 코로나19로 주저앉은 일본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연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계산이 적중할지는 미지수다. 마이니치 신문의 야마다 다카오(山田孝男) 특별편집위원은 25일자 칼럼에서 “지금의 여론은 ‘어쨌든 아베 총리를, 아베 노선을 교체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쓰며 여론을 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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