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성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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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와 존슨(Masters & Johnson) 부부가 남녀간 접전를 이룰 때 급박하게 돌아가는 신체적 전황을 인위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소위 성 생리 반응이다.

마스터스와 존슨은 남녀 혼성 복식 게임을 생리학적 견지에서 4 단계로 나누어 분리시켰다.

열을 받아 점차 따스해지는 흥분기(excitement phase), 가열되어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고원기(plateau phase), 뜨거움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폭발, 산화(散華)하는 장엄한 극치감기(orgasmic phase) 그리고 그 후 차가운 바람에 흩날리는 쾌락의 파편을 소리 없이 주어 담는 소실기(resolution phase)가 그것이다.

흥고극소라는 4막(幕)의 성 반응은 물론 매듭이나 명쾌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흡입, 압축, 폭발, 배기의 엔진 4 행정(行程)에서 순식간에 일어 나는 물리 화학적 반응이 거대한 차륜을 회전시켜 차량의 동력을 제공하는 것처럼 흥고극소라는 일련의 해부 생리학적 반응이 인간의 진취적이며 창조적인 삶의 기반을 이루는 것이다.

서서히 몸을 털고 일어나 어느새 잔잔한 물방울 스며 나오는 어두운 동굴. 깊숙한 거기 그곳에 온몸 쳐 박고 영혼을 부르는 혼신의 초혼(招魂) 댄싱. 그러다 드디어 하느님을 알현, 그 순간 뿜어내는 절정의 성수(性水). 그리고 무서운 곤두박질. 그 후에 다시 이룬 또 하나의 평화. 이것이 바로 안단테, 알레그로, 프레스토 그리고 페이드 아웃되는 흥고극소의 성율(性律)이다.

▣ 흥분기

성적 자극으로 가열되기 시작한다. 페니스가 몸을 털고 일어선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몸짓이다. 그리고 시위성 자세를 취하며 뭔가 갈구하는 허기진 모습. 빈 구멍, 공혈(空穴)을 부르는 소리 없는 외침. 여성은 푹 젖어 든다. 손님을 맞이할 정성어린 채비이다.

이것이 질의 윤활화 현상이다. 음낭의 벽이 두꺼워 지면서 고환을 윗쪽으로 끌어올린다. 성적 자극이 계속되어 더욱 열을 받게되면 심장의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얼굴과 목 언저리에서, 아랫배에서, 허벅지와 팔뚝에서 음반(淫斑)(sex flush)을 보이기도 한다. 젖꼭지까지 덩달아 일어서는 남자도 있다. 모두가 열을 받았다는 징후다.

여성이 젖어드는 것은 질이 흘려내는 땀방울이다. 질벽의 발한(發汗)으로 투명한 액체가 질구(膣口)는 물론 질벽을 코팅시켜 곧 내방(來訪)할 손님, 페니스 전용도로에 물을 뿌려 매끄럽게 준비하는 과정이다. 쾌적하고 아늑한 공간을 위한 효율적인 내장 공사다.

발기가 삽입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질의 윤활화 현상은 발기된 손님을 영접하기 위한 자발적인 대비(對備) 과정이다. 평소엔 원통형 질강(膣腔)이 붕괴되어 볼품없이 찌부러져 있지만 가열된 질강은 안쪽 2/3 부위가 길어지고 넓어져 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

이것을 풍선 효과(ballooning effect)라고 한다. 질(膣)의 토질(土質)도 바뀐다. 자홍(紫紅)색이 자주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음문(陰門)과 음순(陰脣)도 감응된다. 가열된 피가 대음순, 음문의 빗장을 끌러 출입문을 활짝 연다. 손님에 대한 예의(禮儀) 범절이기 때문이다.

대음순이 울혈되어 부풀어 올라 질구를 외측으로 잡아 당겨 일어난 현상이다. 작은 꽃잎, 소음순도 감열(感熱)되어 붉게 물든다. 여자의 페니스, 클리토리스도 궐기(蹶起)하며 외친다. 인간의 본향, 자궁도 움직인다. 뱃쪽으로 밀려가며 놀이 공간, 질을 확장시킨다. 유두(乳頭)와 까만 변방도 열을 받아 일어선다. 상복부와 젖무덤, 목 언저리의 살갗이 빨갛게 변색되기도 한다.

▣ 고원기(高原期)

단지 흥분기의 연장이다. 흥분 상태가 일정하게 계속 유지되는 시기다. 성적 가열이 점증하면 온몸의 근육이 긴장된다. 호흡이 더욱 거칠어지고 맥박의 고동이 더욱 급해진다. 혈압은 더욱 상승한다. 일단 고원(高原)에 올라서면 세상 만사 모두 잊고 오직 그 일에만 메달리게 된다. 이쯤 되면 도저히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릴 수가 없다.

섹스 이외의 다른 일엔 관심을 가질 수 없는 무방비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근육이 긴장되어 고환이 한층 더 위로 올라가 몸쪽에 붙는다. 요도셈(코퍼씨 셈)에서 미량의 투명한 샘물이 솟아 요도 끄트머리를 비집고 나타난다. 음반을 보일 수도 있고 흥분기의 젖꼭지 발기가 지속된다.

질 내측(內側) 공간이 넓어지는데 반해 질 입구쪽 1/3 부위는 피가 몰려 오히려 좁아진다. 이와 같이 질 바깥쪽 1/3 부위가 울혈되어 타이트해지는 극치감띠(orgasmic flatform)가 댄싱에 여념이 없는 페니스 몸통을 조여 격려해 준다. 질구에 피어있는 작은 꽃잎, 소음순의 색깔이 더욱 붉어진다. 극치감이 임박했다는 싸인이다.

일어선 클리토리스가 표피 내로 숨어 몸을 감추고 바톨린셈에서 소량의 셈물이 솟아 나온다 .자궁이 더욱 복부쪽으로 밀려가고 유방이 최대로 커진다. 음반이 나타나기도 하며 온몸의 근육 긴장도가 더욱 증가한다. 역시 호흡과 맥박이 급해지며 혈압도 올라간다.

▣ 극치감기(極致感期)

성적 흥분의 절정기에 근육과 신경에 누적된 고도의 긴장이 갑자기 일시에 폭발하여 이완되는 현상이다. 모든 악기가 동시에 참여하는 오케스트라의 총주(總奏)이며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육체적 쾌감 가운데 가장 강렬한 경험이다.

충격적인 쾌감이랄까? 그래서 무아(無我)의 순간이라고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존재하는지? 너의 존재도 아랑곳없다. 보이는 건 오직 하느님 뿐. 그리고 오직 한줄기, 붙잡을 수 없는 거대한 육감. 그것이 극치감이다. 오르가즘이란 수초의 짧은 시간동안 일어나는 전신 발작이다.

남자의 성은 이 순간에 잠시 혼절, 초당 3-4회 섹스의 진물을 체외로 뻗어 내는 사정 현상을 수반한다. 오르가즘은 성기에 국한된 국소 현상이 아니라 신체의 모든 부위가 한데 어우러져 일어나는 전신 현상이다.

고원에 있을 때보다 더욱 숨이 가빠지고 맥박의 고동이 더욱 요란해진다. 혈압이 더욱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와 같은 극도의 성적 긴장이 일시에 폭발되는 현상이 오르가즘이다.

여성의 오르가즘 색깔도 남성과 동일하다. 다만 단발성인 남성의 오르가즘에 비해 여성의 오르가즘은 다발성(多發性)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여성도 상황에 따라 오르가즘의 색깔이 약간 다를 수도 있고 개인차가 있다. 어떤 여자는 가볍고 짧지만 어떤 여성은 길고 강렬한 오르가즘을 느낀다. 그러나 생리적 과정은 모두 동일하다. 여성의 오르가즘은 질 입구 1/3 부위에서 율동적인 수축으로 시작된다.

보통 3-15회 수축되며 그 수축이 연속될수록 수축과 수축의 간격이 길어지면서 강도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거의 동시에 항문 괄약근이 수축되고 자궁도 덩달아 수축된다. 이와 같은 신체적 반응의 강도(强度)는 성적 긴장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성적 긴장의 정도가 강하면 신체적 반응도 강렬해진다는 뜻이다.

▣ 소실기(消失期)

광란의 극치기가 지나면 성적 자극이 부른 모든 생리적 소란 법석이 순식간에 평정(平靜)되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상으로 복귀한다. 원상으로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성적 흥분의 정도와 시간에 비례한다. 성적 흥분 정도가 심대한 것이었다면 그만큼 원상 회복을 이루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발기는 두 단계를 거쳐 소실된다.

사정 직후에 일단 발기 상태가 소실되지만 그래도 아직 강직도가 어느 정도 남아 있게 된다. 뜸 들이는 흥분기와 그 흥분의 고도(高度)를 유지하는 고원기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사정 한 후에도 여분의 강직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음반도 소실되어 흔적이 지워지며 빳빳한 자세로 소란을 피웠던 근육도 긴장을 풀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온다. 호흡, 맥박, 혈압도 모두 제 모습을 찾는다.

여성은 질입구 1/3지점이 울혈되어 생긴 극치감띠가 사라지며 대음순과 소음순도 원래의 상태로 회귀한다. 숨어 있던 클리토리스가 표피를 제치고 나와 다시 얼굴을 내보이며 자궁도 원래의 상태로 복귀한다. 젖꼭지와 유방도 평온을 되찿으며 혈압, 맥박, 호흡도 모두 원상을 이룬다. 여자는 남자보다 서서히 소멸된다. 남성은 추락하며 여성은 굴러 떨어지는 것이다.

▣ 불감응기(不感應期)

정상(頂上)에서 추락하는 소실의 시간을 보낸 남성은 일정 시간동안 새로운 성적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은 성적 무반응 시기가 도래한다. 이 목석(木石)의 시간이 불감응기(refractory period)다. 젊은 남자의 불감응기는 짧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목석의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여성의 불감응기는 없거나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확실하지 않다.

남자는 사정 직후 여성의 몸에서 떨어지고 싶어한다. 사정직전의 기세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조금이라도 더 몸을 밀착시켜 혼백마져 사를 것처럼 덤비던 남자가 사정 후엔 잔인하리 만치 냉정해 진다.

그것이 남자의 정상적인 성 생리 반응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쾌감이 사정 후 급전직하(急轉直下), 일종의 허탈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성적 자극의 무풍 현상, 성의 공동(空洞) 현상이 바로 불감응기다. 넋이 빠질만큼 휘황한 여체의 교태도 이 정적의 순간에는 한낮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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