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실랑이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 회견날 "쉼터 팔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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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서운산 자락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전경. 채혜선 기자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서운산 자락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전경. 채혜선 기자

“처음엔 내가 산 집이 TV에 나온다며 신기해했는데 지금은 아주 곤란하게 됐습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역연대의 전신)의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와 매수자 60대 A씨간 계약을 성사시킨 공인중개사 B씨는 A씨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19일 B씨에 따르면 정의연과 A씨간 쉼터 계약 과정은 지난달 18일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닷새 동안 이뤄졌다. 계약이 빠르게 진행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는 게 B씨 주장이다. B씨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A씨의 신원도 A씨가 노출을 꺼리는 개인일 뿐 정의연과 아무 상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 날 ‘팔겠다’는 답 왔지만, 이상한 건 없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뉴스1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뉴스1

B씨가 밝힌 A씨와 정의연 간 쉼터 거래 과정은 이렇다.

B씨는 거래 2~3개월 전부터 쉼터 매수 의사가 있다는 사람들과 접촉하며 이곳을 팔기 위해 노력해왔다. 업계 관행상 좋은 매물이 있으면 공인중개사들끼리 정보를 나누며 공유하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쉼터의 존재를 알았다고 한다. A씨는 이전에도 거래한 적 있는 자신의 고객이었다. 지난달 18일 쉼터에 관심을 보여 같이 가 집을 둘러봤다. 처음 제시된 가격은 4억 5000만원. 시세와 타 공인중개사가 보고 측정한 금액 등을 반영해 이같이 결정됐다. 집을 살펴 본 다음날인 19일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가격을 깎아주면 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집이 산자락에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고, 2층엔 방이 없고 탁 트여있는 등 거주 목적으로 지내기에는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가 꼽혔다. 전원주택 특성상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단점도 거론됐다.

B씨는 거래 의사가 확실하게 있는 A씨와 정의연의 만남을 추진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정의연 사무실에서 만나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이때 4억2000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 매수자는 가격을 낮추고 싶어했고 매도자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B씨는 만남 이틀 후인 지난달 22일 오후 3시쯤 정의연 측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가격에 팔 것이냐”는 내용이다. 정의연 측에서 “팔겠다”는 답변이 왔다. B씨는 몇 년 전부터 매물로 나와 있던 쉼터의 거래가 쉽지 않고, A씨에게 매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정의연이 이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봤다. 22일은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 정대협 대표)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 날이다. B씨는 서로의 의사를 확인한 상황에서 계약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바로 다음 날인 23일 서울 정의연 사무실을 찾아가 계약을 맺었다. 당시 한경희 사무총장 등 단체 관계자들이 있었으며, 계약서엔 법인 도장이 찍혔다고 B씨는 기억했다.

“매수자는 좋은 집에 살고 싶었던 노부부”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연합뉴스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연합뉴스

계약금 1000만원, 중도금 1000만원에 오는 8월까지 잔금 4억원을 치르기로 한 계약이다. B씨는 “계약금이 적어서 일반 부동산 거래와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 A씨 입장에서는 법인과 계약하는 것이라 부담이 있었다. 건물 등기부 등본에는 정대협이라는데 계약은 정의연이랑 하니 A씨도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정의연도 이를 이해해줬고 ‘워크숍 장소로 우리가 그때까지 써도 되겠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거래를 지켜본 B씨는 A씨와 정의연의 거래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좋은 집에 살아보고 싶었던 노부부일 뿐입니다. 이렇게 의혹이 많이 나올 줄 알았다면 둘 다 계약을 과연 했을까요. 정대협도 처음에 살 때 7억5000만원이 아니라 6억원 정도에만 샀어도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을 텐데…”

A씨를 봤다고 하는 주민도 있다. 지난달 말 A씨가 이사 온 걸 봤다는 안성 소재 모 기업 대표 김모씨다. 김씨는 A씨로 추정되는 이와 대화를 해본 적 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달 말 쉼터에 이삿짐이 들어오길래 새로 이사 왔다는 새집주인과 대화 몇 마디 나눴는데, 평범한 노인이었다. 이사를 돕겠다고 온 남성 2~3명도 다 동년배로 보였다"며 "노인네가 공기 좋은 곳으로 와서 살려고 한다는 생각만 했었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들(정의연)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안성=채혜선·이가람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정대협 최초 쉼터 거래 과정

정의연 전신인 정대협은 2013년 9월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김모 OO스틸하우스 대표로부터 7억5000만원에 샀다. 현대중공업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 조성에 쓰라고 10억원을 지정 기탁한 데 따른 것이었다. 김 대표와 윤미향(당시 정대협 대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을 연결해준 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안성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규민 당선인이다. 쉼터 매입 가격이 당시 시세보다 높았다는 점 등이 논란거리로 떠올랐으나, 윤 당선인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용 목적을 고려했을 때 비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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