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백신 인체실험 사상최초 승인

중앙일보

입력

아프리카에서만 나타나는 에이즈 변종을 치료하기 위해 인체에 백신을 투입하는 실험이 사상 최초로 올가을 실시될 예정이라고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퇴치 자선단체인 국제에이즈백신 이니셔티브(IAVI) 가 11일 밝혔다.

IAVI는 이날 국제에이즈회의에서 영국의 의약통제청이 아프리카 특유의 에이즈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백신의 최초 인체실험을 허가했다면서 이 실험에는 영국 자민당의 에반 해리스 의원을 포함해 18명의 자원자가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냐에서도 정부의 허가가 내려지면 같은 수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실험이 실시될 예정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예방학과 앤드루 맥마이클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되는 이번 실험의 목적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에이즈 변종인 ´HIV(에이즈 바이러스) A 특수형´과 맞서 싸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HIV의 표면 단백질의 DNA를 사용하는 이 백신은 인체내에서 이동하며 HIV를 제거하는 ´세포독성 T 림프구´로부터 면역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돼있다.

´세포독성 T 림프구´는 90% 이상의 동료들과 달리 HIV에 감염되지 않은 케냐의 일부 매춘부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이한 백혈구다.

맥마이클 교수는 "우리의 연구목적은 이 백신이 HIV에 대한 세포면역반응을 자극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내는 것"이라면서 "이 백신은 에이즈 예방을 목적으로 개발될 것이지만 이미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들의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 결과 이 백신에 의해 활성화된 백혈구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들을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HIV의 경우에는 이러한 접근방식이항체생성이라는 전통적인 방법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실험 1단계에서는 오랜 기간 영장류를 통한 실험이 실시된 후 소수의 건강하고 바이러스 비(非) 감염자들에게 백신이 투여돼 안전성 여부가 확인된다.

2단계에서는 자원자의 수와 각종 환경이 더 다양화 돼 백신의 효과가 관찰된다.

상품화되기직전인 3단계에서는 자원자의 수가 수 천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에이즈의 정체가 밝혀진 지 17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3단계까지 이른 백신은 미국 백스젠사가 개발한 에이즈백스(AIDSVAX) 단 하나로 현재 미국과 태국에서 약 8천명을 대상으로 3단계 실험에 착수해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에이즈 변종은 아프리카의 그것과는 달라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도 현재 아프리카에서 ´HIV의 B 특수형´ 퇴치를 위한 백신 개발 제1단계를 실시중이나 HIV B 특수형 또한 미국에서는 대량 발견되는 에이즈 바이러스 형태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아프리카 에이즈 변종을 물리치기 위한 백신인 아프리칸 백신은 PTH로 불리는데약 5년전에 처음 개발됐으나 효과가 미미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IAVI 발표에 따르면 에이즈와 관련해 매년 의학연구, 치료 그리고 교육 등에 200억 달러(한화 약22조3천억원) 가 사용되지만 백신 개발에 사용되는 돈은 3억 5천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더반 남아프리카공화국>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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