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되는건 운" 근거없는 자신감, 2030이 더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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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강남 홍대 클럽의 모습 [중앙포토]

2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강남 홍대 클럽의 모습 [중앙포토]

2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대들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사회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도 낮은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11일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지난 1월부터 5월 1일까지 4차에 걸쳐 실시한 “코로나19국민인식조사”를 발표했다. 연구는 전국에 있는 100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결과에 따르면 20대는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에 대한 주관적 위험 평가 인식은 전체 연령층보다 높았지만 ‘감염에 따른 영향의 심각성’은 전체보다 지속해서 낮게 인식하고 있었다. 즉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보다 심각하지 않게 여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서울에 사는 20대는 자신의 거주 지역이 전국보다 코로나19 심각성이 적다고 여겼다. 서울 지역 20대는 ‘전국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에는 55.3%가 동의했지만 ‘서울시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질문에는 39.5%만이 동의해 15.8%의 차이를 보였다. 반면 다른 연령층에서는 전국의 심각성과 서울의 심각성 인식 차이가 10% 이하로 나타났다.

유 교수 연구팀은 위험의 심각성 인식이 정부의 위험예방 지침을 실천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1주일간 다중시설 이용자제”에 대해 “항상” 실천한 비율은 20대가 다른 연령층보다 적었다. 이 조사에서 “항상 실천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60대(54.7%), 50대(47.9%), 40대(45.4%), 30대(35.6%)로 연령순으로 낮아졌다. 20대는 24.3%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이런 인식 차이의 원인을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자신감에서 찾았다. “내 건강 상태가 좋다”고 답한 비율은 서울시 20대의 경우 69.7%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전국의 20대 평균(55.5%)보다도 높은 수치다.

2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조사 결과 캡처]

2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조사 결과 캡처]

서울 지역 20대는 질병과 건강에 대한 운명론적 믿음도 강했다. 연구팀이 “아무리 조심해도 누군가 감염되는 그 자체를 막을 수 없다”, “내가 감염되냐 마냐는 사실 어느 정도 운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다” 등 운명론 문헌의 대표적인 요인을 반영한 3개 문항(1점~5점)으로 질문한 결과, 20대의 총점은 10.5점, 30대 10.6점이었다. 이는 전체 10.2점보다 높은 점수다.

“내가 감염되냐 마냐는 사실 어느 정도 운이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비율 역시 20대가 53.9%, 30대 62.4%로 60대(38.3%)보다 월등히 높았다.

유 교수는 “위기상황이라고 해서 서로 다른 선호와 가치관, 고유한 소통 환경 속의 사람들이 무조건 단일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연령층별 위험 인식의 특징을 이해할 기회를 늘려 방역에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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