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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사용하지 않는 무도 정관수술(non-scalpel vasectomy)

중앙일보

입력

무도(無刀) 수술이란 칼을 대지 않고 하는 수술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베풀어지는 의료 서비스가 가급적 아프지 않고 편안한 방법으로 행해지기를 희망한다.

갈수록 의료 기술은 환자가 원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내시경을 이용하거나 체외에서 충격파를 발사하여 환자의 몸에 칼을 대지 않고 질병을 제거하는 추세이며 또 그런 종류의 해결 방법이 환자에게 인기가 있다. 사실 정관 수술은 칼을 대드라도 기껏해야 음낭 한가운데에 1 cm 미만의 절개(切開)만으로 충분할 만큼 간단한 수술이다.

그러나 그것 보다 더 간편하고 피시술자에게 주는 고통과 예상되는 합병증 또는 후유증을 극소화시킬 수 있는 기법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일차적 선택 방법으로 채용할 수도 있다. 무도 정관 수술은 정관 수술의 퍼스트 초이스(first choice)라고 할만큼 여러 가지 이점을 갖는 수술 기법이다.

특별하게 고안된 두가지 수술 기구, 정관을 음낭 피부 밖에서 고정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 고정 감자(fixation clamp) 와 조직 박리를 위해 고안된 끝이 뾰죽하고 굽은 지혈 감자(dissecting clamp)를 사용한다.

정관을 고정 감자로 고정시킨 후 지혈 감자를 이용하여 음낭에 2 mm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는다. 이 작은 구멍을 통해 정관을 꺼낸 후 시술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1976년 중국의 리(Li)가 개발한 방법이며 출혈이 거의 없고 수술 창상을 꿰매지 않아 매우 간단하고 편리한 시술법으로 환자에게 대단한 인기가 있다. 남성의 영구적 피임 방법 가운데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단이 정관 수술이다. 하지만 남자들이 정관 수술을 기피하는 이유는 수술할 때 수반되는 통증과 속발할 수도 있는 수술 후 합병증이다.

그리고 이 수술을 거세 개념으로 혼동하거나 수술 후 혹시 남자의 성 능력이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음낭 절개에 의한 고전적 정관 절제술은 간혹 세균감염이나 혈종등의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하여, 소수의 일부 환자가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다.

또 폐쇄시킨 정관 끄트머리에서 정자가 새어 나와 정자 육아종이란 일종의 혹이 만들어지거나 절단된 정관이 다시 달라붙어 재 개통됨으로서 원하지 않는 임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합병증을 극소화시키는 방법은 수술자의 세심한 주의와 수술 숙련도를 높히는 것이지만 정관을 폐쇄시키고 처리하는 수술 기법의 선택도 하나의 인자가 될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피부에 구멍도 뚫지 않고 피부를 통해 양측 정관에 주사 바늘을 삽입한 후 화학 물질을 주입, 정관을 폐쇄시키는 화학적 정관 수술(chemical vasectomy)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술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시안아크릴레이트와 페놀 혼합물에 대한 안정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정관에 레이저빔의 조사(照射)를 시도하거나 정관에 호치키스의 클립(clip)을 찍어 정관을 틀어막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어쨌든 무도 정관 수술은 기존의 관습적 수술방법에 비해서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우선 수술 시간이 3분 이내로 매우 짧고, 칼을 대지 않기 때문에 출혈도 거의 없으며 세균 감염 기회도 거의 없다. 창상을 꿰매지 않아 수술 후 내원(來院)할 필요도 없다. 고환을 매달고 있는 끈에 마취제를 주사하는 정색(精索) 불록(spermatic cord block)은 정관 수술의 국소 몽혼 방법으로 매우 훌륭한 기법이다. 정색 불록만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 중이나 수술 후에 거의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정관 수술 후에 폐쇄시켰던 정관의 통로가 다시 열려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소위 정관이 재개(再開)되는 것이다. 정관 수술후 정관 재개율은 정관을 폐쇄시키는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정관을 절제한 후 단순히 끄트머리만을 묶을 때는 1-5%의 높은 재개율을 나타내지만 절제된 양측 정관 점막의 일정한 길이(보통 1 cm)를 전기로 소작시켜 주거나 정관을 많이 잘라내면 수술 후 재개율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신 나중에 있을지도 모를 정관 복원 수술의 성공율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관 수술을 받으면 일종의 만성 정관염의 형태로 정관 결절(멍울)이 만져 진다. 그러나 이것이 어 떤 문제점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정관 수술로 정관을 폐쇄시키면 고환쪽 정로의 압력이 올라 가 부고환이나 기타 미세관이 파열될 수 있다.

이 파열 부위로 정자가 새어 나가 정자 육아종이 형성되어 또 다른 정로를 막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관 복원 수술의 성공률이 떨어진다. 정관 수술을 받게 되면 만 명에 한 명 꼴로 만성적인 고환 통증을 느끼는 일이 있다. 정관 복원 수술로 이 통증을 완화시켜 주어야 할 경우도 있다.

정관 수술과 동맥 경화증,자가 면역 질환, 고환 암, 전립선암의 상관 관계에 대해 언급한 사람도 있으나 의학적으론 확실한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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