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활 바꿀 지놈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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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과 크릭이라는 과학자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과 식물, 미생물의 유전적 청사진을 담고 있는 DNA라는 분자의 구조를 밝혀낸 지 반세기가 지났다.

50년도 되지 않아서 인류는 유전자의 작용방식과 유기체의 지놈이 구성하는 유전자를 제거.자리바꿈.추가.수정하는 방법을 파악했다.

우리는 지놈혁명의 첫째 열매를 이미 경험하고 있다. 유전공학기법으로 만든 의약품과 벌레들에 저항할 수 있게 유전조작한 곡물, 제초법들이 그것들이다.

이미 잘못된 유전자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바꾸는 방법으로 다발성 섬유증과 같은 유전질환에 유전자 치료법을 실험하고 있기도 하다.

유전자를 변형한 동식물로 의약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가까운 장래에 유전자조작 동물을 이용해 인체 장기를 만들어 거부반응이 없는 이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지놈의 배열을 모두 파악하면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정확히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

지놈혁명은 현재 진행 중인 정보통신 혁명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을 기본부터 바꿔놓을 것이다.

의학과 농업 분야에서 지놈혁명의 엄청난 잠재력이 나타나는 한편으로 이 혁명이 너무 빨리 진행되는 바람에 건강.환경.사회에 미칠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도덕과 윤리도 혁명의 진행에 따라 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위험없이 발전하지 않는다. 교통기관을 예로 들어 보자. 지난 반세기 동안 내연기관과 제트엔진의 발달로 지금은 대륙간 이동을 마치 이웃마을을 드나들 듯 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기차.항공기들이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환경을 위협하는 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은 이들 교통기관의 발달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교통기관의 발달이 위험보다 이익이 많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인류는 보다 안전하고 오염이 적은 교통기관을 개발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지놈 기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약속한다. 의학분야에서는 인류를 위협하던 주요 질병들의 대부분을 예방.치료.관리할 수 있는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훨씬 맛좋고 영양이 많으며 덜 비싼 식품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익들이 개발에서 파생하는 위험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교통기관의 경우처럼 위험에 대한 우려는 금방 사라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기술개발을 관리할 연구자와 당국은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신중히 관찰해 사전에 막아야 할 것이다.

지놈혁명 성공의 열쇠는 기술과 그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대중이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지금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교육을 대중에게 최대한 실시해야 한다. 과학적 진보라는 열매는 대중의 공포가 아닌 확신과 지원이라는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피터 휘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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