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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감찰 무마 의혹 시작점’ 유재수 문건 작성자, 수취인불명

중앙일보

입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감찰 무마 의혹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감찰 무마 의혹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비위 보고서를 처음 작성한 전직 청와대 감찰반원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의 시작점이 됐다.

8일 수원지법 형사1단독 이원석 판사 심리로 열린 김태우 전 수사관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모 전 수사관이 불출석했다. 증인 출석 요구서를 보냈지만 ‘수취인불명’으로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취인불명은 주소지에서 사람은 만났으나 해당 주소지에 그런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 배달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법원에서 증인 출석과 관련해 전화를 시도했으나 통화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 전 수사관에 대한 증인 신청을 다음 기일에 한 번 더 하겠다”며 “계속 연락이 되지 않거나 애매한 상황이 되면 다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수사관을 증인으로 신청한 검찰은 “연락해보겠다”고 답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은 김태우 전 수사관이 지난해 2월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당시 “유 전 부시장을 수사 의뢰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후 윗선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또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했던 모 특감반원은 오랫동안 음해성 투서를 받는 등 시련을 받았고 급기야 저와 함께 원대 복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도 했다. 해당 특감반원이 이날 재판 증인으로 참석하기로 했던 이 전 수사관이다. 김 전 수사관은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폭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후 검찰 수사 결과 유 전 부시장은 실제로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 등에게 495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5년형을 구형했고, 다음 달 22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조 전 장관과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53)전 반부패비서관 등 청와대 윗선 역시 이 같은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중대 비위를 확인했음에도 위법하게 특감반의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정상적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세 사람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이인걸, ‘일자리 창출해야지’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김 전 수사관과 함께 특감반원으로 근무했던 조모씨는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이 공공기관 리스트를 나눠준 후 임원들의 특이사항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김 전 수사관의 변호인은 “이 전 반장이 ‘일자리 창출해야지’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고 물었고, 조씨는 “기억한다.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이에 맞게 하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다른 특감반원들은 이 발언을 친(親)야권 인사를 쫓아내야 하지 않겠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반장은 또 “능력 있는 사람들은 유지해야 하지만 문제 있는 사람들은 교체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조씨는 증언했다. 다만 그는 “이 전 반장이 진심같이 이야기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과 연결된다. 김 전 수사관은 2018년 12월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며 “여기에는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뿐 아니라 ‘현 정부 임명’ ‘새누리당 출신’ 등 정보가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하도록 하고, 그 자리에 청와대 내정 후보 임명을 위해 면접 자료를 제공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두 달 넘게 열리지 않았던 해당 재판은 8일 다시 시작됐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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