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온 1도 오르면 감염 10% 감소? 더위 습격, 복병은 에어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여름 날씨를 보인 6일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낮기온은 서울과 대전 28도 대구 26도 부산 22도로 어제보다 3도에서 9도가량 높게 나타났다. 뉴스1

초여름 날씨를 보인 6일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낮기온은 서울과 대전 28도 대구 26도 부산 22도로 어제보다 3도에서 9도가량 높게 나타났다. 뉴스1

지난 6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7.6도로 평년 22.2도보다 5도 이상 높았다. 낮에는 더위를 느낄 정도의 초여름 날씨였다.

이처럼 기온이 크게 오르면 여름철에는 독감이 물러가듯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주춤하지 않을까.

전문가들도 대체로 여름이 와서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높아지면 코로나19도 주춤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기상·기후 요인보다 방역 노력이 전파를 차단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에어컨을 가동하는 상황에서 밀접·밀집·밀폐된 조건이 갖춰진다면 여름철에도 전파가 일어날 수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도 있다.

기온 오르면 감염률 떨어져

7일 세종시 어진동 국립세종도서관 로비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칸막이를 친 채 사전예약 도서대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국립세종도서관은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 후 사전 예약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책을 빌려주는 등 일부 재개관 업무를 시작했다. 뉴스1

7일 세종시 어진동 국립세종도서관 로비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칸막이를 친 채 사전예약 도서대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국립세종도서관은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 후 사전 예약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책을 빌려주는 등 일부 재개관 업무를 시작했다. 뉴스1

전 세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전파와 기상·기후요인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파악한 관련 논문만 20여 편에 이른다.

이들 논문 대부분은 기온이 상승하면 감염환자가 줄어들었다고 밝히거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 카탈루냐 폴리테크닉대 연구팀은 지난 1일 사전 공개 사이트에 올린 논문에서 "기온과 코로나19 일일 감염자 숫자는 반비례한다"며 "증세가 나타나기 6일 전의 기온과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잠복기와 맞아 떨어진다"고 밝혔다.

인도 아삼 주(州)의 실차르 국립기술연구소 연구팀은 기존 연구들을 종합해 기온이 영하 6.28~영상 14.51도 사이에서 코로나19 전파가 잘 일어나고, 5도 이상에서는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10%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코로나19 치사율이 4%씩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국 상하이 자이통(交通)대학 연구팀은 북위 30~60도 지역의 국가들에서는 4월 이후 코로나19가 주춤할 것이지만, 위도가 더 높은 캐나다와 북유럽, 러시아는 5월에도 코로나19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한반도의 경우 5~9월 사이에는 코로나19도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의 경우 평년(1981~2010년 30년 평균) 기준으로 4월의 평균 기온은 12.5도이지만, 5월은 17.8도, 6월은 22.2도로 15도를 웃돈다.
또, 7월과 8월은 말할 것도 없고 9월에도 평균기온이 21.2도로 15도를 훨씬 웃돈다. 10월의 평균기온은 14.8도다.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부속 중난병원 의료진.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부속 중난병원 의료진. 로이터=연합뉴스

기온이 오를수록 코로나19 전파가 잘 된다는 논문도 없지 않다.

인도 V.B.S.푸르반찰 대학의 사반 쿠마르 박사는 인도 내에서 기온이 26~29도 범위에서 기온이 상승할수록 통계학적으로 감염자 숫자가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대신 습도가 낮을수록 감염이 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브라질 캄피나스 대학 지구과학연구소 레나토 페드로사 박사는 미국의 각 주(州)와 세계 각국에서 확진자가 100명에 도달한 시점부터 10일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기온의 영향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인구 밀도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중국 안후이 성 허페이의 중국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은  "중국 내 122개 도시를 대상으로 기상 요인과 일일 감염자 숫자를 비교한 결과, 평균기온 3도까지는 온도가 상승할수록 감염자 숫자가 늘었고,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25도까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주변 온도와 감염자 발생 사이의 비선형(일정하게 비례하지 않는) 관계는 날씨가 더워지더라도 공중 보건 개입 없이는 바이러스가 사라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국제 학술지인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중국 우한의 화중(华中)과기대학과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팀은 전 세계 178개 국가·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온·상대습도·강수량·풍속 등 기후 요인은 코로나19 위험을 줄이는 데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코로나19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국은 인구 이동 통제나 진단과 치료 역량 개선, 공중 복지 정책 개선 등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은 사람-사람 전파의 문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인류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여름이 와서 기온이 오른다고 코로나19가 물러갈 것이라고 장담하기 이른 편이다.

실제로 열대지방인 싱가포르의 경우 확진자 숫자가 2만 명이나 된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퍼진 것이다.

덥고 습한 여름철이라고 해도 밀접·밀집·밀폐 조건에서는 코로나19가 얼마든지 전파될 가능성 있다는 의미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상황에서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다니며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중국 광둥 성 광저우의 음식점 사례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5일 사이 광저우의 한 음식점에서 같은 시간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 세 가족 10명 사이에 코로나19가 확산했다.

한 가족은 우한에서 막 돌아온 상태였고, 창문이 없는 음식점은 에어컨을 가동했다.

광저우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팀은 "감염자의 작은 침방울(비말)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 탓에 다른 사람들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여름은 점차 빨리 오며,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5월 기온은 100년 전보다 무려 3도가 오르는 등 기상청은 올해도 더운 5월이 될 것으로 예보했다.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에 에어컨이 진열돼 있다. 뉴스1

한반도의 여름은 점차 빨리 오며,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5월 기온은 100년 전보다 무려 3도가 오르는 등 기상청은 올해도 더운 5월이 될 것으로 예보했다.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에 에어컨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공기 중에서 16시간을 사멸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공기 중에서 16시간 동안 떠다닐 수 있는 조건은 흔하지 않지만, 에어컨을 가동한다면 몇십분 동안 떠다니며 충분히 감염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인도 푸두체리에 있는 자와 할랄 대학원 의학교육연구소 수닐 나라얀 박사는 "코로나19가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공장소, 특히 감염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나 격리장소, 여행자 대기소, 종교시설, 쇼핑몰 등에서는 에어컨 사용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어컨 사용 규제는 비용도 부작용도 별로 없고,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온도를 올리면 감염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에어컨을 사용하더라도 수시로 창문을 통해서 환기를 같이하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주의사항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어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