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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때문에 사는 것도 어엿한 사랑이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84호 20면

우리는 왜 이별했을까?

우리는 왜 이별했을까?

우리는 왜 이별했을까?
아론 벤지이브 지음
김현주 옮김
파우제

사랑의 반대말은? 유력 후보로 증오·무관심에 더해 이별이 있다.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 실패’가 ‘시장실패(market failure)’다. 연인·부부가 효율적 감정 배분 실패로 로맨틱한 감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현상은 ‘사랑실패(love failure)’다. 사랑실패의 극단적 결과는 이별이다.

이별의 원인은 뭘까. ‘사랑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만, 우리의 ‘사랑 문해력’이 의외로 가난하기 때문이다. ‘사랑 부자’가 되려면 감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사랑은 일차적으로 감정의 문제다. 『우리는 왜 이별했을까?』는 ‘심오·장구한 로맨틱한 사랑(profound and enduring romantic love)’을 중심으로 ‘사랑의 모든 것’을 다룬다.

저자는 시카고대에서 박사를 하고 이스라엘 하이파대 총장 자리에 오른 철학자다. 그는 줄곧 감정, 특히 사랑의 감정을 연구했다.

원제가 ‘사랑의 아치: 우리의 로맨틱한 삶은 시간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가(The Arc of Love: How Our Romantic Lives Change over Time)’다. 그럴듯한 대안적 우리말 번역본 제목은 ‘아리스토텔레스·스피노자의 눈으로 사랑을 읽다’이다. 그들이 저자의 양대 사부(師父)다.

철학자가 쓴 글이다. 일면(一面),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줄 치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타면(他面), 저자가 세계적인 철학자라는 ‘편견’을 버리고 가볍게 읽는다면, 극단적으로 재미있기에 웃다가 턱이 빠질 수도 있다.

저자의 정신에 따르면 ‘그놈의 정 때문에’ ‘애들 때문에’ 사는 것도 어엿한 사랑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평생 뜨거운 사랑이 더 좋지 않을까. 『우리는 왜 이별했을까?』는 우리에게 사랑의 여러 모습과 국면에 대해 많은 힌트를 준다.

저자는 주장을 펼치려고 인문·사회과학뿐만 아니라 대중철학에서 자유롭게 인용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말은 메릴린 먼로(1926~1962)의 이 말이다. “여자의 과거 때문에 자신을 향한 그녀의 사랑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멍청하고 뒤떨어진 사람들이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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