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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조조 래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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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조조 래빗’을 관통하는 소품이 있다면 그건 구두일 것이며, 액션이 있다면 구두끈을 매는 행동일 것이다. 나치 시대 한 소년의 성장기를 유머와 페이소스로 담아낸 ‘조조 래빗’은 이 사소한 사물과 움직임으로 관객의 가슴을 찢어 놓는다.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10살 소년. 2차대전 말기, 패망 직전의 독일에서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함께 살아간다. 독일 소년단의 일원으로 히틀러와 나치에 경도되어 있는 조조. 로지는 아들의 동심을 지키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기 위해 애쓴다.

먼저 첫 번째 구두. 로지는 조조에게 구두끈 매는 법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기술을 전수하듯 알려준다. “토끼 꼬리를 잡고 귀를 감아 위로 묶어서 구멍에 넣으면 돼.” 이후 영화는 심심찮게 구두를 등장시킨다. 로지는 아들의 구두끈으로 장난을 치고, 그녀의 패셔너블한 구두는 인상적인 패션 아이템이 된다.

조조래빗

조조래빗

그리고 그 순간이 온다. 파란 나비를 따라가던 아이가 발견한 엄마의 구두. 조조는 풀려 있는 구두끈을 매려 하고, 엄마와 구두를 끌어안고 오열한다. 슬픔 이상의 감정을 관객에게 안겨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을 위로하는 걸 잊지 않는다. 다시 한번 구두는 등장한다. 갇혀 있던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가 드디어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길잡이가 된 조조는 그녀의 구두끈을 묶어준다. 마치 엄마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