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전 원자탄 만든 것처럼 미 과학자·억만장자 뭉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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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마이클 밀켄, 마이클 로스 바 쉬, 피터 틸(왼쪽부터)

마이클 밀켄, 마이클 로스 바 쉬, 피터 틸(왼쪽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의 억만장자와 과학기술자들이 비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 치료제 ‘맨해튼 프로젝트’ #정부에 17쪽 비밀보고서도 넘겨

WSJ에 따르면 지난 3월 결성된 이 단체는 ‘코로나19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 또는 ‘코로나19 해결을 위한 과학자들’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나오는 특이한 제안 중 가능성 있는 것들을 실험·연구한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들이 한적한 마을에 모여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을 만들어 낸 연구다.

이 단체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논문을 하루 수백 개 정리하고 그중 유망 아이디어를 추린다. 이어 화상회의와 문자 등으로 수없이 토론한다.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최근 17페이지짜리 비밀 보고서를 작성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게 전달했다.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연구 중인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하자는 안도 포함됐다.

WSJ에 따르면 이 단체는 코로나19 사태 동안 미국 행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제약회사와의 중재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처(FDA) 등은 이 단체와 협력하고 있고,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장은 이번 보고서의 권고 사안에 대부분 동의한다고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로스 바 쉬 등 화학생물학자·신경생물학자·면역생물학자 심지어 핵 과학자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또한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와 짐 팔로타, 마이클 밀켄 등 억만장자들도 단체의 일원이다. 이 단체를 이끄는 톰 케이힐은 의사 출신 벤처 사업가로 대중에겐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정계와 경제계에 발이 넓은 인물이라고 WSJ은 보도했다.

하버드대 교수(화학)로 연구에 참여 중인 스튜어트 슈라이버는 “이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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