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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카 재판 나온 정경심 “남편, 명예밖에 모르는 사람”

중앙일보

입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왼쪽)와 조 전 장관. 우상조 기자,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왼쪽)와 조 전 장관. 우상조 기자, [연합뉴스]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가 “남편은 돈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옹호했다. 그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의 사모펀드 의혹에 조 전 장관은 연루되지 않았음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발언이다.

정경심 “남편, 제 재산이 얼만지도 몰랐다”

정 교수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소병석)에서 열린 조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씨가 도와주는 것도 우리 남편이 잡고 있는 스탠스를 보고 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검찰은 녹취록 속 이 발언이 조 전 장관 역시 조카와 부인의 범죄 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봤다.

정 교수는 “남편은 돈에 전혀 관심 없고 굉장히 정직한 사람”이라며 “명예에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 ‘스탠스’란 집안에서의 위치를 말한다. 조씨의 할아버지가 아끼는 만년필을 주시면서 ‘집안의 기둥이 돼 달라’고 한 기억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 교수의 변호인 역시 ‘남편의 스탠스’ 발언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이 금전 거래에 초연하게 큰일을 해야 한다는 집안에서의 위치를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일화를 예로 들며 그가 돈에 무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종합소득세 낼 때 현금이 부족해 남편에게 빌려달라고 했는데 4000만원을 줘놓고 2000만원 줬다고 해놨더라”며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또 “믿든지 말든지 저희 남편은 돈과 관련된 질문을 평생 하지 않았다”며 “동생 집 살 때 남편 통장에서 빼서 1억원을 줬는데 나중에 알고 ‘잘했다’고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자신을 향한 검찰의 의혹은 ‘상상’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있던 투자금 계산 내용을 증거로 제시하자 정 교수는 “내가 문학도라 상상력이 있어 의미 없는 숫자를 적어놓은 것”이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교수와 동생 간 문자 내용을 차명 주식 보유 증거로 제시하자 “검사님의 상상력”이라고 맞섰다.

정경심, 억울함 토로…조범동은 눈도 안 마주쳐

정 교수는 재판 내내 억울한 듯 자신의 결백함을 토로했다. 그는 “나는 1000억원을 갖고 와도 뇌물 안 받는 사람인데 법정에 앉아 있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조씨는 그런 정 교수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내내 고개를 돌리거나 문서만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혐의와 관련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검찰은 조씨의 범죄사실 중 허위 컨설팅 계약을 통한 횡령, 사모펀드 약정 관련 금융위원회 허위 보고, 증거인멸 등 3가지 항목을 정 교수와 공범으로 판단했다. 정 교수는 모든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허위 컨설팅 계약과 관련해서는 “조씨가 꾸민 것으로 보인다”며 그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날 정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한 것도 두 사람의 다른 주장 때문이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고 공범 관계를 인정할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정 교수는 20일 자신의 재판에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가능성을 두고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구인 등 강제조치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과태료 400만원을 부과하자 정 교수는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정 교수의 출석으로 과태료 결정은 재고하기로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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