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돌며 각막이식 수술…의료계 혼선

중앙일보

입력

각막 이식수술을 준비해 오던 서울의 모 종합병원 안과 전공의 朴모씨는 이달초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연락을 받고 부산 모 병원에 있는 안구 기증자로부터 각막을 적출해 왔다.

하지만 朴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이식을 받기로 한 환자 사정으로 수술을 못하게 되자 급송해온 각막을 다른 병원에 넘겼다. 다음날 朴씨는 다시 인천으로 가 다른 기증자의 각막을 적출해 왔고 부산에서 야간열차 편으로 상경한 다른 환자에게 서울에서 이식수술을 해야 했다.

지난 2월 9일부터 장기기증 절차와 이식수술 관리를 국립의료원 산하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로 일원화한 뒤 보완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일선 의료진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신장.심장 등 장기이식은 전국을 세개의 권역으로 나눠 권역내에서 장기 적출과 이식수술이 이뤄지도록 제도화한 반면, 각막수술은 권역 구분을 하지 않아 각막이 전국을 오가고 있다.

이때문에 장기 적출에 들어가는 교통비.각막 보관비 등의 부대비용이 늘면서 10만원대의 수술비용(의료보험 제외) 이 3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해 환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H병원 전공의 李모씨는 "이식을 받을 순번의 환자가 개인사정으로 각막 이식을 늦추면 차순위자를 찾아내고 각막을 옮기는 과정이 반복돼 이 과정에서 각막을 훼손하거나 보관기간을 넘기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고 지적했다.

서울 J병원 관계자도 "각막은 사망자로부터 적출하기 때문에 음성적인 뒷거래 개입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경직되게 제도를 운영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지고 있다" 고 말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등 민간기구들은 대안으로 ▶각막도 다른 장기처럼 지역별로 권역을 나누거나▶각막 적출과 검사를 전담하는 기구 설립▶각막과 골수이식을 국가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 박경호(朴景鎬) 의료정책과장은 "장기이식센터가 출범한지 6개월이 되는 8월께 문제점을 검토해 보완할 점이 있으면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할 방침" 이라고 설명했다.

신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