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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어떤 투자캐스팅(Cast-ing), 잔인한 4월이오(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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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타로핀’s 코린이 개나리반]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은 자신의 시 ‘황무지(荒蕪地, The Waste Land)’를 통해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로 표현했다. 비트코인이 이따금 벌떡벌떡 하던 거 외엔 너무나도 고요했던 암호화폐의 4월이었건만, 어떤 이들에겐 가장 잔인한 4월이 됐다.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사연의 수가 있겠지만 잔인함의 까닭은 일치했다. “크게 투자를 했는데 너무나 큰 손실을 보았다” 되겠다.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크다는 걸 알고 투자를 했던 이들이다. 변동성이란 놈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변동성을 노리고 왔다면 10배의 익절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10토막의 손절도 각오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던가. 필자에게 투자 실패를 고백하며 어떻게 가족에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을 만났다. 여느 때처럼 눈 감고 귀 막은 ‘리신 매매법’*을 즐겼겠지. 투자 졸업하러 왔다가 투자 퇴학을 당하는구나. 낯설지 않은 광경에 가시는 길 마음이라도 편하게 달래 주려 이야기를 나눴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국내에서 암호화폐와 관련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오랜 기간 한목소리로 고대하는 희망 사항이 있다. 바로 신규 투자자의 유입이다. 테더(Tether)사에 달러가 입금되고 테더(USDT)가 발행되는 걸 지켜보며 신규 자금이 유입되었나 하는 기대를 하는 바와 같다. 신규 투자자가 신규 자금을 들고 시장에 들어오면 시장이 살아날 거라 믿는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벌집계좌 대신 실명계좌(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발급을 원했다.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은 물려 있는 코인을 신규 투자자가 매수해 주길 바랐으며, 프로젝트팀은 닳고 닳아 더는 속지 않는 고인 물 대신 쉽게 속아주고 쉽게 넘어와 줄 신규 투자자를 갈망했다.

이들이 지니를 잡아 와서 마법 램프를 문질렀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 소원은 이뤄졌다. 거래소에서 신규 유입이 많이 됐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말은 진실이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자라듯, 거짓을 일삼는 그들이 진실을 말했고, 원유처럼 고여 있던 코인판에도 신규 투자자가 들어왔다.

필자랑 이야기를 나눈 그 사람 또한 신규 투자자였다. 신규 투자자는 그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거래소와 프로젝트팀은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맘카페를 돌아다니며 거짓과 날조를 통해 선동했고 현혹했다. 노력은 불행히도 성공을 이뤘다. 장하다 이분들아.

#기억과 욕망에 뒤섞어(Memory and desire, stirring)

사실 신규 투자자들도 마냥 억울하다 할 순 없을 테다. 고공 상승을 거치다 최근 주춤한 부동산을 위주로 투자하는 이들에게 프로젝트 바이럴 팀이 일반인 인척 접근했다. 75원짜리 코인이 1000배가 상승한 7만5000원짜리 코인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선동했다. 정상적인 투자 상황이 아니었기에 경계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일부는 섣부른 암호화폐 투자를 말리려 했지만, 투기의 광란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화장품을 만들던 업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맘카페를 대상으로 에어드랍 이벤트를 진행했다. 선착순으로 댓글만 달았을 뿐인데 보상으로 받은 1500개의 코인은 2968만원까지 치솟았다. 평생 투자를 모르고 살았던 맘카페 회원에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내 급속도로 소문은 퍼져나갔다. 2차 에어드랍 이벤트와 3차 에어드랍 이벤트는 흥행 대성공이었다.

고여있는 코인러들이 알지 못하는 시간과 장소였다. 거래소와 프로젝트팀은 욕망을 부추기며 신규 투자자를 대거 암호화폐 투자 시장으로, 그리고 투기 시장으로 데려왔다.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이 규제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았던 그들은 암호화폐 시장이 무법판인 줄 꿈엔들 몰랐을 테다. 무지의 대가는 지갑 잔고의 무위로 돌아왔다.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봤지만 구제받을 방법은 없다. 프로젝트팀은 커뮤니티를 닫고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렇게 나올 줄 어찌 알았으랴.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Dull roots with spring rain)

필자와 상관없는 영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당한 일이지만 마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까닭은, 몇 년 전 같은 식으로 당했던 코인러 시절의 모습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하룻밤 자고 날 때마다 연일 폭등 하는 가격에 얼떨떨 했다. 모아놓은 자금을 투자 원금으로 돌렸으며 그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았다. 튤립 버블이라는 외부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투자라 믿었다. 결과는 가격은 폭락했고, 시드는 사라졌다. 투기였다.

프로젝트팀과 코인의 흥망성쇠가 궤를 같이할 거로 생각했다. 처참하게 토막난 코인을 쥐면서 프로젝트팀이 분발해 주길 바랐다. 투자금 손실을 회복하길 바랐다. 헛된 기대였다. 체념은 깊고 한숨은 길어서 따지지도 못했고 원망하지도 못했다. 익절 구간이 있었지만 욕심을 부리다 매도하지 못했다는 자책의 시간만 남았다.

가재는 게 편이요, 초록은 동색이라. 이 와중에 암호화폐 마케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업자가 한마디 던진다. 거래소와 프로젝트에 대한 원망을 관계자들에게 하지 말라 한다. 투자의 선택은 개인이 하는 것이니 스스로 조심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훈계한다. 업자는 집단의 자정작용을 촉구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탓으로 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지극히 업자다운 말이다. 자기가 추천하며 홍보하는 콘텐츠를 보고 투자를 하더라도, 설령 그게 스캠 프로젝트라도, 투자의 선택은 본인이 했으니 자신은 과실이 없다는 완벽한 면피용 멘트다. 사기꾼이 많은 판이니 조심하라고 얘기하고 무법지대에선 이런 일까지 가능하다고 알려줘야 한다. 신규 투자자의 유입을 바라고 암호화폐 시장의 활성화를 바란다면 응당 그래야 한다. 언제까지 메마른 땅에서 흙먼지만 파먹으며 살 텐가.

타로핀(ID) ‘코린이 개나리반’ 포럼 운영자

*리신 매매법: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맹인 캐릭터 ‘리신’에 빗댄 매매 기법. 차트 및 언론에서 나오는 정보를 모두 무시하고 오직 감과 마음의 눈으로 보고 매매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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