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청구하면 5000만원 주기로 했다” 검사에 금품 제공 의혹 녹취록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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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인 현직 검사 관련 금품 청탁 주장과 관련해 “영장을 청구하면 검사에게 5000만원을 주기로 했다”는 내용의 사건 관련자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시민단체서 수사 의뢰하며 공개 #해당 검사 “녹취록 등장 인물 몰라”

시민공공감시센터는 22일 전북 지역 장애인협회 회장 양모씨와 이사 임모씨, 전북경찰청 소속 A경위와 신원 미상의 전주지검 검사에 대한 수사 의뢰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하면서 녹취록을 공개했다. 센터는 “2018년 7월 양 회장이 임 이사와 사전 공모한 후 경찰관에게 ‘승진시켜주겠다’고 유혹해 접대하면서 전직 회장 이모씨에 대한 표적 수사를 벌이게 했다”며 “이 전 회장을 구속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녹취록에 담긴 양 회장의 고백으로 명백히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센터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이번에 영장 청구하면 검사에게 내가 5000만원을 주기로 했다”는 양 회장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그는 “(경찰이) 내일 오후에는 어떻게든 해서 영장을 보낸다고 했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는데 검찰은 내가 작업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사가 이제 방금 영장 청구 사인했다”는 발언도 있었다. 실제 이 전 회장은 이후 7억2000만원의 협회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권익위는 이와 관련한 제보를 받은 뒤 진위 확인을 위한 수사 기관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검에 사건을 송부했다. 권익위 송부 자료에는 의혹에 등장하는 검사가 B검사라고 기재돼 있다. B검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고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라며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어떤 경위로 제 이름이 언급됐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전주지검에서 법무부로 자리를 옮긴 B검사는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때 장관 보좌관이었고, 추미애(62) 현 장관의 정책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권익위는 수사나 조사가 필요한 경우 수사 기관에 이첩하지만, 이첩 대상인지 종결 처리 대상인지가 명백하지 않을 때는 송부 형식을 취한다. 검찰은 아직 이 사안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양 회장 역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검사 얼굴도 본 적 없다. 녹취록이 있다니 그런 말을 한 건 맞겠지만, 술에 취해서 한 허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의 영장 청구 내용은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법원에 영장이 접수됐는지 물어봐서 알았다”고 답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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