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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중증 치매’ 안락사 요건 완화…서면 동의만으로 허용

중앙일보

입력

네덜란드 대법원. AP=연합뉴스

네덜란드 대법원. AP=연합뉴스

네덜란드가 중증 치매 환자의 안락사 요건을 완화했다. BBC는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 이정표를 세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2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네덜란드 대법원은 중증 치매 환자의 '명확한 의사'가 없어도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안락사 조건이 충족된다면 의사는 중증 치매 환자가 사전에 작성한 문서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결정문을 통해 밝혔다. 대법원이 언급한 '조건'은 지속적인 극심한 고통과 최소 2명의 의사 동의다. 다만 "환자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치매가 악화하기 전에 (안락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대법원의 결정은 안락사 시행 직전에 의사가 치매 환자의 ‘명확한 사망 의사’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당사자가 치매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 동의서를 작성하기만 했다면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안락사 시행 직전에 의사는 치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인지 기능이 떨어진 중증 치매 환자가 직접 의사를 표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지난 2016년 치매 환자 A(74)씨에게 안락사를 시행한 네덜란드 의사가 '안락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A씨는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 안락사를 원한다는 뜻을 문서로 남겼다. 4년 뒤 그는 요양원에 들어갔고, 의사는 환자가 앞서 작성한 문서를 바탕으로 안락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의사 2명도 동의했다.

문제는 안락사 이행 도중 A씨가 깨어나면서 발생했다. 진정제를 탄 커피를 마시고 의식을 잃은 A씨가 깨어나자 가족이 그의 몸을 잡은 상황에서 안락사를 진행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검찰은 의사를 기소했지만, 지난해 9월 의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시행했다. 안락사를 위해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고, 지속되는 고통’을 겪어야 하고 ‘최소 2명의 의사가 절차에 동의해야 한다’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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