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하반신마비 치료 전자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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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하반신마비 환자 이식용 전자칩이 이를 실험한 첫 환자가 일어서 몇발 걸을 수 있게 됨으로써 세계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6년부터 유럽연합(EU)과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이탈리아, 영국이 공동개발하고 있는 이 전자칩은 지난해 12월 프랑스의 하반신마비 환자 마르크 메르제(39)에게 처음 실험적으로 사용되었다.

1990년 자동차사고로 허리이하를 못쓰는 메르제의 다리 신경과 근육에 15개의 전극을 심고 이를 복부속에 장치한 컴퓨터 칩과 연결했다. 그러나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 금년 2월 장치를 다시 했다.

그 결과 3월초 그는 혼자서 일어서서 첫 발을 떼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그는 20일 EU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밖에 나가 마음대로 걷는 것까지는 바라지않지만 집안에서 이 방 저 방으로 걸어다닐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자칩 연구를 조정하고 있는 프랑스 몽펠리에대학의 피에르 라비숑 박사는 메르제의 경우 매식된 전자칩이 인공적으로 근육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는 무슨 기적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반신마비) 환자들이 자신의 근육을 이용해 일어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환자가 지팡이에 장치된 버튼을 눌러서 자신의 동작을 조절하게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원격조종 장치가 될 이 특수지팡이는 현재 개발중에 있다.

지금은 컴퓨터를 통해 전자칩에 신호를 보내고 이 신호가 다리속에 심은 전극들에 전달되면서 근육운동을 일으키는 과정까지만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개발이 완료된 것이 아니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라비숑 박사는 말했다.

라비숑 박사는 그러나 하반신 마비환자 모두가 아니라 그중 아주 일부만이 전자칩 시술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어서려면 근육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근육이 손상돼 소멸되지 않은 환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금년에는 젊은 이탈리아인 2명을 포함, 모두 6명에게 이 전자칩이 장치될 예정이다. 이들에게는 전자자극을 통해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고 체외에 장치된 전극을 이용, 걷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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