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개헌, 검찰총장 얘기 그만’ 여당 대표 쓴소리 일리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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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15 총선으로 초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과 위성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에서 오만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나라를 두 동강 냈던 ‘조국 사태’ 관련자와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 중인 인사들의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압박은 도를 넘고 있다.

여권 인사들, 검찰총장 흔들기 중단하고 #국난 극복과 경제회생에 올인, 성과내야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열린민주당) 당선자는 페이스북에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는 글을 올려 빈축을 샀다. 더불어시민당의 우희종 공동대표는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 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에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윤 총장 사퇴를 거론했다. 민주당에선 “윤 총장이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김용민 당선자)거나 “검찰이 출마를 방해했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황운하 당선자)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윤 총장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검찰과 각을 세워 온 인사들이다.

무소불위의 거대 여당이 됐다고 벌써 거들먹거리는 것도 볼썽사납지만 일부 인사의 협박에 가까운 발언은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상식에도 맞지 않고, 법치를 거스르는 궤변은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더욱이 최 당선자는 오늘(21일) 첫 재판을 받는다. “완장 차고 설치는 꼴이 가관”(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이란 비판이 아니더라도, 청와대에 몸담았던 법조인 출신답게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는 게 도리다. 독선과 오만을 보이면 민심의 심판을 받는다는 게 불과 며칠 전 총선에서 드러나지 않았는가.

여당은 지금 승리에 취해 파티를 벌일 때가 아니다. 코로나 국난 극복과 경제 회복이 발등의 불이다. 이런 측면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중요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국난 극복”이라고 일갈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지적은 적절했다. 이 대표는 또 “지금은 경제위기와 일자리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리 있는 얘기다. 말에만 그칠 게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으로 규정했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고용·수출 등 곳곳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무너져 내리는 경제를 회생하는 데 정치 생명을 걸어도 모자랄 마당에 ‘1년 내 개헌’ ‘선 개혁입법 처리’ 같은 생뚱맞은 주장을 내놓을 때가 아니다.

지난 3년여 정부·여당은 국정 성과가 부진한 이유를 발목 잡는 야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은 여당이 일할 수 있는 압도적인 구도를 만들어 줬다. 오롯이 민생과 경제 회생에 올인해 국민에게 보답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