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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교육 국제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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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다수 나라들의 미디어 교육 목표는 비판적 인식에 있다. 학생들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데도 비판적인 수용 능력이 필요하다. 웹 상의 정보가 믿을 만한 것인지 평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ICT로 '무장'할수록 결국 미디어 교육의 정규 교과화는 더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영국의 미디어 교육 전문가 데이비드 버킹엄(사진) 런던대 교수의 말이다.

지난 2일 한국언론학회(회장 김민환) 주최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세계의 미디어 교육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미디어 교육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버킹엄 교수를 포함해 캐나다의 시민운동가 배리 덩컨, 일본 미쓰코시 신 도쿄(東京)대 교수 및 오토 요시히로 조치(上智)대 교수 등이 주제 발표를 했다. 우리나라에선 박인기 경인교대 교수와 안정임 서울여대 교수 등이 발표했다.

버킹엄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세계적인 미디어 교육의 주요 모델들은 서구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러한 모델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변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버킹엄 교수의 주제 발표 요지를 소개한다.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의 위탁을 받아 38개국의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몇년 전 실시한 국제 비교 조사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세계의 미디어 교육(제도권 학교) 현황과 문제점들을 설명하겠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교육의 기반이 약한 개발도상국들은 미디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접근 방법이 강하다. 그러나 미디어 교육이 미디어의 영향에서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근거를 잃었다.

미디어 교육의 목표는 현재 비판적 인식,민주적 참여, 미디어를 즐기는 것 등과 같은 개념으로 중심이 옮겨왔다. 예컨대 스페인에선 비판적 시민 양성에 초점을 두고, 스웨덴에선 학생들이 자기 자신과 지식.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

상당수의 설문 응답자들은 미디어 교육이 더 능동적이고 학생 중심적이며 참여적인 교육 방법을 통해 실천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교육은 '직접 해봄으로써 배우는 것'이 되어야 하며, 교사는 미디어에 관해 축적된 학생들의 지식과 전문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 교육은 보수적 성격이 강한 기존 교육제도와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여러 나라들에서 미디어 교육이 정부의 정책에 따라 모국어 교육의 일부나 사회과목(또는 정치.시민 교육)의 일부로 실시하도록 요구된다. 그러나 그 결과 미디어 교육의 특수한 목표들이 간과되곤 한다.

넓게 보면 미디어 교육이 다뤄야 할 핵심 영역은 언어.제작.재현.수용자 등 네 가지다. 하지만 자국 사회의 교육.문화적 맥락에 적합한 틀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설문 응답자들은 한결같이 미디어 교육이 학생들의 중요한 권리라는 점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다수 나라의 정부들은 그런 인식을 했지만 정치인들은 대체로 미디어 교육에 미심쩍거나 무관심한 경향을 보였다.

미디어 교육 발전을 가로막는 큰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평가 방법의 불명확성이다. 미디어 과목이 다른 교과 영역들에 산재하거나 교사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훈련이 없는 것도 문제다. 미디어 교육이 학교 교육에 안착한 호주도 미디어 과목은 대학입시에 포함되지 않았다.이처럼 미디어 교육의 사회적 위상이 전반적으로 낮아 미디어 교육을 위한 변화를 주장하기 어렵다.

미디어 교육자들의 공통적 요구는 교사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교사 양성 과정에서 미디어 교육이 실현되는 것이었다. 미디어 교육에 관한 연구가 없는 것도 장애물이다.

궁극적으로 미디어 교육은 정부.대중.미디어산업 등에서 함께 필요성을 깨닫고 지원이 있어야 발전한다.

글.사진=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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