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접근해본 10대 매매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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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매매춘을 근절시키기 위한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됐다. 그러나 단속과 처벌만이 10대 윤락을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수요자인 남성들에 대한 적극적인 차단과 50만명으로 추산되는 향락업소 종사자들에 대한 재활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 빗나간 남성들의 사회적 심리와 버림받은 이들 10대 여성들의 사회복귀 문제를 짚어본다.

정신의학적으로 성인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미성년자 성학대(sexual abuse) 로 변태성욕의 한 형태다.

성인 여성과의 원만한 성행위가 어려운 남성들이 자신의 성욕분출과 변태 성행위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위해 만만한 소녀를 대상으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는 소녀와의 상호 동의하에 이루어진 경우는 물론 소녀가 성관계 중 쾌감을 얻은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동양권에선 소녀를 성적대상으로 즐기려는 특이한 경향이 있다. 원조교제의 원조(元祖) 도 일본이다.

성의학자인 설현욱(성크리닉 원장) 박사는 "유교문화권에선 소녀와의 성관계를 통해 젊은 기(氣) 를 취할 수 있다는 소녀경(素女經) 적 사상이 팽배해 있다" 고 밝힌다.

그러나 일본과 우리나라의 원조교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서울대의대 소아정신과 홍강의교수는 "일본의 원조교제는 정력은 쇠퇴하고 인생의 목표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중년남성의 허무감과, 성에 대한 호기심.용돈마련 외에도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중년남성을 통해 근친상간에 대한 무의식적 욕구를 달성하려는 소녀의 심리가 상호 보상적으로 나타난 것" 이라고 말한다.

인간적 갈등과 범죄가 어우러진 형태며 단순한 매매춘 관계만은 아니라는 것. 따라서 둘간의 관계도 상당기간 지속된다.

반면 우리나라 원조교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 매매춘이다. 지난해말 원조교제로 검찰에 적발된 남성을 보면 원조교제를 가장 많이 하는 연령층은 20대 후반~30대 초반(71%) 이며 미혼이 78%다. 성관계도 일회성이 82%다.

국내 10대 매매춘은 IMF한파 이후 중산층이 급격히 몰락하고 빈민층이 증가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교수는 "핸드폰.옷.음반 등 10대를 광고모델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몰지각한 상혼도 소녀들을 윤락행위로 몰아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고 지적한다.

또한 자본주의 역사가 짧아 돈이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천민 자본주의´ 의식도 미성년자 윤락행위에 대한 죄의식을 희석시킨다.

성에 대한 이중 잣대도 문제다. 개봉된 영화에 대한 포르노 시비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겉으로는 엄격한 성적 도덕관을 내세우지만 우리나라의 성폭력범죄 발생률은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성폭력상담소 최영애소장은 "성폭력의 경우 고소.고발율이 서양은 30%인데 비해 국내에선 3.6%인 것으로 미루어 실질적인 세계 1위" 라고 밝힌다.

매매춘의 대상이 된 소녀들의 미래는 참담하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성인이 되어 정상적인 남녀관계를 맺을 때 성숙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윤락가를 전전하며 굴곡진 인생을 보내기도 쉽다.

문제해결은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소장은 "10대 매매춘의 처벌대상은 10대를 성 상대로 삼은 남성과 포주가 돼야 한다" 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13세 이하에만 의제(擬制) 강간 (미성년자가 성관계를 동의한 경우) 을 적용하는 반면 서양에서는 통상의 미성년자 매춘은 물론이고 엄격한 의제강간 규정을 두고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매춘행위를 하는 남성은 청소년을 파멸로 몰아가는 범인이며, 치료를 받아야하는 정신병자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소녀들에게는 제도적으로 정신재활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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