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약분업 앞두고 ´의료계 달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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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의약분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의보수가 인상 추진, ´실거래상환제´를 흔들 수 있는 의약품 구입내역 제출 연기 등 갖가지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약분업의 성공적 실시와 경영위기에 처한 ´동네의원´ 살리기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정책이 의료계 입김에 좌지우지된다는 지적도 많다.

29일 관계당국과 의약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 경영정상화를 위한 의료보험수가정책위원회´를 열어 의보수가 현실화 작업에 착수했다.

의료계가 의약분업이 현재의 안대로 실시되면 동네의원들이 경영위기에 몰려 무더기 도산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 정부의 정책추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며 의보수가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의약품 판매는 전적으로 약국 몫으로 넘어가게 돼 경영난이 불가피하다는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더욱이 의약품 ´실거래상환제´ 실시로 관행화돼온 약가마진마저 사라진 마당에 수가인상은 필수적이며 그렇지않을 경우, 정부의 의약분업에 동참할 수 없다고 의료계는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의료계는 실력행사의 일환으로 의약분업 추진을 위한 지역별 협력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있으며 이로인해 의약분업 일정이 실질적으로 차질을 빚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의 의보수가 현실화 방침은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결국 의료 소비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의보수가의 큰폭 인상으로 낙착될 가능성이 높다. 내과와 소아과, 가정의학과 등 의원급 1차 의료기관이 주 수혜대상이 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와함께 의약품 무자료거래를 차단하고 유통구조의 투명성을 가져올 수 있는 ´개혁정책´인 의약품 실거래상환제의 시행에서도 의료계의 주장을 전면 수용해 한발 물러섰다.

실거래가 파악 등을 위해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지난달 실거래상환제 실시 이후의 의약품 구입내역을 내달 14일까지 제출토록 요구했으나 ´약가마진´을 의식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의원과 약국 등 1차 의료기관에 한해서는 내역제출을 내년 7월 의약분업 실시 이후로 연기해준 것이다.

복지부는 "실거래상환제로 의원들이 월 500만∼1천만원 가량의 손실을 입고있는 상황에서 행정력이 필요한 의약품 구입내역의 제출까지 요구하자 의원과 약국의 반발이 컸다"며 "내역제출은 연기했지만 실거래상환제의 준수 여부는 사후관리로 철저히 가려낼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그러나 의약품 구입내역 제출의 연기로 우월적입장에 있는 의원과 약국이 또다시 약가마진을 챙기기 위한 의약품덤핑을 요구해올 게 뻔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분업과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가 목소리를 높이자 정부의 개혁정책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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