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치과용 마스크 큰 효과 없다…기침 때 틈새로 비말 빠져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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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외과용(치과용) 마스크와 면 마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주요 감염경로인 비말(침방울)이 확진자 입에서 외부로 유출되는 걸 제대로 막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팀 마스크 효과 실험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김민철 교수, 세종대학교 건축공학과 성민기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이 실험해 7일 발표한 내용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 4명에게 20㎝가량 떨어진 세균배양접시를 향해 기침을 5번 하게 했다. 이후 세균배양접시와 마스크 안팎의 바이러스양을 분석했다. 실험은 ▶마스크 미착용 ▶외과용 마스크 착용 ▶면 마스크 착용 등 상황별로 세분해 진행했다.

그 결과 세균배양접시에서 가장 많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건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였다. 하지만 외과용 마스크와 면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도 이보다는 적었지만, 일정량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들 마스크가 바이러스의 외부 유출을 완전히 막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 외과용과 면 마스크의 안쪽보다 바깥쪽에서 더 많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두 마스크 모두 바깥쪽 표면에서 수집한 검체는 양성 판정을 받았다. 마스크 안쪽의 바이러스가 밖으로 유출됐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외과용이나 면 마스크는 압착 정도가 강하지 않아 기침할 때 마스크가 뜨면서 생긴 빈틈으로 바이러스가 새어나가게 된다”며 “또 기침을 하면 미세한 바이러스 입자가 빠른 속도로 뱉어지기 때문에 마스크에 걸러지는 것보다 통과돼 유출되는 것이 더 많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때문에 마스크 바깥쪽 표면은 가급적 손으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한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는 기침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어 외과용이나 면 마스크 착용이 적합하지 않다. 이 경우 KF94와 같은 고성능 마스크가 도움된다”고 말했다.

반면 마스크 안쪽의 검체는 대부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연구팀은 “숨을 들이마실 때는 기침할 때보다 공기 속도가 빠르지 않고 마스크가 뜰 가능성도 작아 외부 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잘 걸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확진자가 아닐 경우에는 이들 마스크라도 착용하는 걸 권고한다는 게 연구팀 의견이다. 김민철 교수는 “외과용이나 면 마스크도 외부 비말이 유입되는 건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의 비말 감염을 막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내과학회지(Annals of Internal Medicine, IF=19.315)’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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