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강한 쥐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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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형성을 관장하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암에 강력한 저항력을 나타내는 쥐를 만드는 실험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둠으로써 새로운 항암제 개발의 길이 열렸다.

미국 미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의 세포생물학자 로버트 베네즈라 박사는 혈관형성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두 유전자 ID-1, ID-2를 제거한 57마리의 쥐들에게 한마리당 1억개의 암세포를 주입한 결과 대부분이 암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암이 발생한 일부 쥐들도 암종양이 축소되거나 더이상 전이되지 않았다.

베네즈라 박사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이 두 유전자를 제거한 쥐들은 아무런 해로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네즈라 박사는 이 새로운 발견이 이 두 유전자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제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암전문의들이 정상 혈관과 암종양으로부터 발생하는 혈관을 구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즈라 박사는 그러나 이 방법을 인체에 적용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쥐는 사람에 비해 구조가 아주 단순한 동물이며 또 실험에 이용한 쥐들은 자연적으로 암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암세포를 인공적으로 주입했기 때문.

베네즈라 박사는 쥐 태아의 뇌 발달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이 두 유전자가 혈관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존슨 종합암센터 연구원 루이저 트루엘라-아리스프 박사는 ´예상치 못한 중대한 발견´이라고 논평했다.

과학자들은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형성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암을 퇴치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작년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의 주다 포크먼 박사는 앤지오스태틴과 엔도스태틴이라는 두 단백질이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형성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쥐실험을 통해 밝혀냈으며 현재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진행중에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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