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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역설···"中 대기오염 감소로 사망 8900명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남쪽 치안먼(前門) 근처에서 마스크를 쓴 공안이 근무를 하고 있다. 대기오염은 줄어 하늘은 맑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남쪽 치안먼(前門) 근처에서 마스크를 쓴 공안이 근무를 하고 있다. 대기오염은 줄어 하늘은 맑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해 3만3000명 이상이 사망한 가운데 중국에서는 오히려 코로나19로 사망자가 줄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의 극심한 대기오염이 줄면서 줄어든 사망자 숫자가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사망자 숫자를 크게 웃돈다는 주장이다.

미국 예일 공중보건대학(YSPH)의 카이 첸 박사 등 연구팀은 최근 학술논문 사전 리뷰 사이트 medRxiv에 올린 '중국에서 코로나19 발생 기간의 대기오염 감소와 사망률 감소 이득'이란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중국 초미세먼지 18.9 ㎍/㎥ 감소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분석한 중국의 이산화질소 오염도. 왼쪽은 지난 1월 1~20일. 오른쪽은 2월10~25일 오염도를 분석한 것인데,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기오염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NASA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분석한 중국의 이산화질소 오염도. 왼쪽은 지난 1월 1~20일. 오른쪽은 2월10~25일 오염도를 분석한 것인데,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기오염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NASA

연구팀은 중국 내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기간인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14일 사이와 그 격리 이전 기간(춘제 연휴 기간을 제외한 1월 5~20일)과 비교했고, 2016~2019년 같은 기간의 대기오염 상황과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중국 내 격리로 인해 우한에서는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가 ㎥당 22.8 µg(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 중국 전체 367개 도시에서는 12.9 ㎍/㎥가 감소한 것으로 연구팀은 평가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와 올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대상으로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를 비교한 자료.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왼쪽은 1월 1~20일, 중간은 1월 28일~2월 9일, 오른쪽은 2월 10~25일 오염도이다. 자료 NASA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와 올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대상으로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 농도를 비교한 자료.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왼쪽은 1월 1~20일, 중간은 1월 28일~2월 9일, 오른쪽은 2월 10~25일 오염도이다. 자료 NASA

또, 격리의 영향으로 초미세먼지(PM2.5)는 우한에서 1.4 ㎍/㎥, 중국 전체에서는 18.9 ㎍/㎥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중국 대기오염 감소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관측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또, 최근 유럽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대기오염이 뚜렷하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이 27일(현지 시각) 공개한 프랑스 등 유럽지역의 이산화질소 농도 상황.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 인공위성을 통해 분석한 이 자료에서 왼쪽은 지난해 3월, 오른쪽은 지난 14~25일의 평균치를 나타낸다. 강력한 격리로 인해 대기오염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ESA는 설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우주국(ESA)이 27일(현지 시각) 공개한 프랑스 등 유럽지역의 이산화질소 농도 상황.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 인공위성을 통해 분석한 이 자료에서 왼쪽은 지난해 3월, 오른쪽은 지난 14~25일의 평균치를 나타낸다. 강력한 격리로 인해 대기오염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ESA는 설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우주국의 위성 관측 자료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나라들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지난해보다 뚜렷하게 감소했다.

오염 개선에 사망자 1만2000명 줄어

지난 1월 18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이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다. 중국 내에서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월 18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이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다. 중국 내에서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추정 연구와 중국 정부의 통계 등을 바탕으로 대기오염 개선 효과를 추산했다.

지난 2018년 홍콩 중문대 스티브 임 교수 등은 중국에서 발생하는 오존과 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110만 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예일대 연구팀은 이번 코로나19 격리 기간 이산화질소(NO2) 오염 개선에 따라 중국 전체에서 8911명의 조기 사망자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가운데 65%는 고혈압·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차지했다.

또, 초미세먼지 오염 감소로 3214명의 조기 사망자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초미세먼지 관련 사망자의 73%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COPD가 차지했다.

단순하게 두 수치를 더 하면 대기오염 개선으로 1만2125명의 사망자가 줄어든 셈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진인탄 병원에서 지난달 13일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진료기록을 학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진인탄 병원에서 지난달 13일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진료기록을 학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4일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 3199명(30일 현재 3304명)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를 고려하더라도 대기오염이 개선되면서 중국 내 사망자가 8926명이나 줄어든 셈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중국 내 코로나19 발생으로 실시한 봉쇄 조치가 공기 질 개선을 통해 코로나19 사망자를 웃도는 '건강 이득'을 가져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건강 이득(health benefits)'이란 표현까지 사용했다.

연구팀은 또 "전기차 보급 등 대기오염 대책 강화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특히 심혈관계 질환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3월 미세먼지 농도 절반으로 '뚝'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의 하늘이 파랗다. 뉴스1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의 하늘이 파랗다. 뉴스1

한국에서도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크게 개선됐다.

1월의 경우는 전국 평균이 25㎍/㎥로 지난해 33㎍/㎥보다 24% 정도 개선됐다.
2월에도 24㎍/㎥로 지난해 33㎍/㎥보다 27%가량 개선됐다.

3월의 경우(1~29일 기준) 지난해 37㎍/㎥에서 올해는 21㎍/㎥로 전국적으로 43%나 개선됐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한국의 대기오염이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은 중국의 영향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강해진 바람과 잦은 강우 등 기상적인 요인과 겨울철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에 진행된 특별 대책이 함께 작용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지난해 3월 초에는 열흘 가까이 초미세먼지 고농도 상황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기상적인 요인 때문에 고농도 상황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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