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존슨, 새로운 제형의 피임약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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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제형의 피임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다. 세계적인 거대 제약 기업인 존슨&존슨(Johnson & Johnson)이 7월 20일자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알약 형태의 피임약에 사용되는 활성 물질과 동일한 약물을 패치제(patches)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존슨&존슨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약물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청(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심사 기간이 1년 이상인 점을 감안해서 새로운 패치제 피임약에 대한 공식적인 허가는 오는 2000년 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의 경구용 피임약 시장의 39%를 점유하고 있는 존슨&존슨은 이미 수 백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새로 개발한 패치제 피임약의 최종 시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브라(Evra)라는 이름의 새로운 패치제 피임약은 미국 1달러 지폐 크기의 반 정도로 팔이나 복부, 엉덩이 등에 붙이면 약효를 발휘하게 된다. 이번에 개발된 제형은 지난 1993년에 선을 보인 주사형 데포-프로베라(Depo-Provera)의 개발 이후 처음으로 선을 보인 새로운 제형에 해당한다.

패치제 피임약의 단점으로는 땀을 많이 흘리거나 샤워를 자주 하는 여성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점과 피부에 자극(irritation)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패치제의 제형은 이미 금연이나 폐경기 이후 여성을 위한 에스트로겐 대체 요법(estrogen replacement therapy)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들 약물을 알약 형태로 사용하게 되면 메스꺼움(nausea)과 구토(vomiting) 등이 유발될 수 있지만 패치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소화계(digestive system)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또한 패치제는 장시간에 걸쳐 일정한 속도로 약물을 체내에 전달시키기 때문에 알약이나 주사제 형태로 약물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기도 한다. 또한 알약 형태의 약물은 복용자가 복용 주기를 하나하나 기억해야만 하지만 패치제는 상대적으로 사용이 쉽다는 장점도 가진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약 형태의 피임약의 경우 한 달에 두 번 이상이나 복용 주기를 잊음으로 인해 10대 가운데 약 20% 정도가 피임에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패치제가 이와 같은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구협의회(Population Council)의 엘로프 요한슨(Elof Johansson) 박사에 따르면, 패치제 형태의 피임약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사용의 편의성에 있다. 인구협의회에서는 아일랜드의 제약회사인 엘란(Elan Corp.)과 함께 또 다른 패치제 피임약을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존슨&존슨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시그너스(Cygnus)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피부를 경유해 약물을 전달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알약 형태의 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들의 수가 약 1,040만 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피임법이 알약 형태의 피임약을 사용하는 것인 셈이다. 패치 형태의 피임약 외에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피임 방법은 자궁내 기구(intrauterine device)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약 5년에 걸쳐 임신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방법은 향후 3년 후부터 미국에서 일반인들에게 선을 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제약회사들은 소송 문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제형의 피임약을 시장에 선보이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예로 팔뚝에 캅셀을 삽입해서 피임 효과를 유도하는 달콘 쉴드(Dalkon Shield)와 노플란트(Norplant)가 새로운 제형의 피임약으로 개발된 바 있는데, 이 제형의 약물이 난소 낭종(ovarian cysts)을 유발함으로써 큰 실패를 맛 본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발병한 난소 낭종은 외과적인 수술을 통한 제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AP News, http://www.newsday.com/ap/rnmphs0e.htm : 1999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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