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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의회에 막힌 부양책...주가는 폭락, 비트코인은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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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핫크립KO]3월 23일, 이번주 시장은 각국 정부가 쏟아내는 재정부양책이 시장 참여자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를 주목합니다. ^의회에 막힌 미국 경기부양책, ^금융의 위기 아닌 실물의 위기, ^의외로 잘 버티는 비트코인 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조인디는 성공 투자의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증시 폭락, 미국 의회가 방아쇠 당겼다

23일 문을 연 증시가 폭락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지난 금요일)보다 91.7포인트(5.86%) 하락한 1474.45로 장을 시작했습니다. 장중 한때 1450선까지 밀렸습니다. 코스닥 시장도 6% 넘게 하락하며 두 개 시장에서 모두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총 다섯 차례. 주가가 급락해서 발동된 건 이날을 포함해 총 4차례입니다.

우리 시장의 불안은 개장 전 예고됐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4% 넘게 급락했습니다. 이날 문을 연 미국 증시 선물은 일제히 하한가로 쳐박혔습니다. 최근 시장 상황은 전날 미국 증시보다는 같은 날의 미국 증시 선물을 참고해야 할 정도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미국 증시 선물이 폭락한 건 워싱턴발 뉴스 때문입니다. 2조달러(약 2500조원)에 달하는 ‘슈퍼 부양책’이 미국 상원 통과에 실패했습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상원에서 47-47의 찬성-반대로 이번 슈퍼 부양책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법안이 통과하려면 찬성표가 못해도 60장은 나와야 합니다. 공화당이 제안한 이번 슈퍼 부양책에 대해 민주당은 전혀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습니다(AFP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민주당의 불만은 이번 부양책이 기업들에 지나친 특혜를 준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중소기업 대출과 미국 가계에 대한 직접 현금보조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대기업에 대한 지원입니다. 항공산업에 대한 500억달러 구제금융과 별도로 대기업들에 500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경영진 급여 인상도 하지 못하도록 못박자는 걸 공화당이 거부하고 있다고 민주당은 비난합니다. 곧, 메인 스트리트보다는 월스트리트를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민주당이 경기부양책을 반대하는 근본 이유입니다. 

#금융의 위기 아닌 실물 경제 위기가 닥쳐온다

재정부양책의 형평성을 두고 꼼꼼히 따지기엔 시간 여유가 없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미국 경제 충격을 전망했습니다.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며, 실업률은 3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20일 전망한 2분기 -24% 성장의 두 배를 웃돌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고 본 겁니다.

이런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선 강력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불러드 총재의 주장합니다. 2분기에 사라질 2조5000억달러의 GDP를 메울 수 있는, 미국인들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는 “연준의 정책 대응에는 한계가 없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사슬(서플라이체인)에 가장 많이 얽혀 있는 우리 경제가 받을 타격도 상당합니다. 블룸버그가 경제분석기관 및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조사했더니(22일 기준), 향후 12개월 안에 한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33%나 된다고 답했습니다. 14개 기관의 한국 1분기 성장률 가중평균치는 -0.9%에 그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쪼그라든다는 거죠. 우리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5.1%) 등 두 차례뿐입니다. JP모건은 올해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0.8%로 대폭 낮췄습니다. 중국의 1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무려 40.8%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과잉 민주주의는 도움이 안 된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전세계 경제 위기를 강하게 경고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나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등 역시 한목소리로 말하는 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나 양적완화로는 이번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물의 위기이기 때문에 금융정책 만으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거죠. 중앙은행 관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선 일제히 강력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2008년 9월 15일 자정을 막 넘어선 무렵,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이날 다우지스수는 4.42% 주저앉았습니다. 9ㆍ11 사태 직후인 2001년 9월 17일 이후로 최대 낙폭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기 당시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날은 리먼이 파산을 선언한 날이 아닙니다. 미 정부가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내놓은 7000억달러 구제금융 법안이 하원 표결에서 부결된 9월 29일입니다. 이날 다우지수는 7%(777포인트) 폭락했습니다. 그 폭으로만 보자면 9ㆍ11 당시(684포인트)보다 큽니다. 특히, 부결 소식이 발표된 순간 약 500포인트가 순식간에 밀렸습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상무가 경제 프로그램 ‘신과함께’에 출연해 “2008년은 리먼 위기가 아니라 의회 위기였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이후 10월 1일, 상원이 나서 세부사항을 손질한 구제금융법안(공식 명칭 ‘비상경제안정법(EESA), 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을 먼저 통과시키고, 3일 하원에서도 가결 처리된 후 시장은 안정을 찾아갑니다.

2011년 10월, 유럽의 재정위기가 번질 조짐을 보이자 FT는 유럽이 미국이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방식에서 배워야 할 교훈을 6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 가운데 미 의회에 막힌 슈퍼부양책 사태를 보면서 눈에 띄는 한 가지는 ‘과잉 민주주의는 도움이 안 된다’는 교훈입니다. 위기 초기에 정치인들이 개입해 구제금융법안을 부결했습니다. 시장이 폭락하는 위기를 맞고 나서야 정치권이 법안을 통과시켜 줍니다. 법안으로 운신의 폭을 넓힌 헨리 폴슨 당시 재무장관은 일요일 오후 은행장들을 모아 놓고 자본 투입(capital injection)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해 사인을 받아냅니다. FT는 “만약 의회가 개입했다면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비트코인은 다르다?

의회의 슈퍼부양책 부결로 23일(현지시간) 문을 여는 미국 증시는 급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장 급락을 목격하는 만큼, 신속한 재정부양책 집행에 대한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증시 선물이 23일 오후 들어서 낙폭을 축소하는 것도 그런 기대감에서가 아닐까 합니다.

비트코인은 어떨까요. ‘대체자산’이라는 평가와 달리 증시가 무너지면서 같이 무너졌습니다. 22일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더블록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S&P500 지수 간의 30일 상관관계가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움직임을 보면 주식보다 비트코인이 더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최근 일주일 새 6000달러선을 안팎으로 움직입니다. 금융시장 위기 초기에는 동반 급락했지만, 최근에는 아닙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자 투자자인 오쇼 하(Osho Jha)는 암호화폐 미디어 코인데스크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주식시장이 무너질 때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자산 피난처(safe haven)가 아니라는 주장은 어리석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안전자산인 금값도 주가와 함께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이후 시장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금값은 무차별적 양적완화에 대한 대안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필자는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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