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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439억 효자' 버린다···130만 상춘객 방문 막는 광양

중앙일보

입력

관광지에 걸린 "방문 자제" 현수막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 인근에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 인근에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9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 입구. "광양 매화축제가 취소됐으니 매화마을 방문을 자제 바란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해 3월 8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축제에 134만명의 상춘객이 찾았던 광양 매화마을이지만, 올해만큼은 관광객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광양 매화마을·구례 산수유마을 "관광객 오지마라" #코로나19 확산 속 관광지에서 봄꽃 상춘객 기피현상 #지역 경제 효자인 축제 줄 취소에 속타는 지자체

문을 연 식당마다 손님은 손 소독제를 사용해야만 들어설 수 있다. 관광지라면 흔히 볼 수 있는 노점상도 사라졌다. 매화마을에서 만난 한 상인은 "축제 때면 직거래 장터도 열리고 마을 주민도 모두 나와 이것저것 팔면서 북적였는데 올해는 사람이 몰리면 불안해서 좌판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방문 자제' 현수막이 걸린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 주차장 곳곳이 비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방문 자제' 현수막이 걸린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 주차장 곳곳이 비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축제 취소와 함께 방문 자제 현수막까지 내걸리자 주변 식당가에서 단체 손님들이 사라졌다. 매년 전국에서 단체 관광객을 실은 대형 관광버스들이 몰려 주차난을 앓던 매화마을 둔치 주차장은 최근 1~2대의 버스만 주차되고 있다.

"사람 오면 불안하다" 관광지도 손사래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축제 취소도 부족해 마을 입구에 현수막까지 걸린 데는 관광객을 향한 주민의 불안한 시선이 작용했다. 올해 3월 초부터 19일까지 30만명의 관광객이 광양 매화마을을 찾았다.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숫자지만, 주말마다 마을이 북적이자 관광객이 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랐다.

광양시 관계자는 "매화축제가 취소됐는데도 너무 많이 와 걱정된다는 의견이 많아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을 걸었다"며 "매화마을에는 고령자도 많은 탓에 감염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남 구례군 산수유마을 산책로를 사람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남 구례군 산수유마을 산책로를 사람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산수유 축제'가 취소된 전남 구례군 산수유 마을도 비슷하다. 구례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축제를 취소했지만, 많은 주민이 상춘객 때문에 불안하다고 한다"며 "관광객에게 마스크를 쓰고 와 달라 당부하고 노점상도 영업도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번 열리면 수백억 경제효과 있는데…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문객이 줄어든 전남 구례군 산수유마을 공용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문객이 줄어든 전남 구례군 산수유마을 공용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지자체들이 앞장서 축제를 취소시키고 있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전남 지자체들은 지역 산업기반이 열악한 탓에 축제를 이용한 관광 특수와 소득 창출을 노려왔다.

광양시는 지난해 매화축제를 통해 지역 특산물 판매, 숙박업, 요식업 등 분야에서 439억원의 경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구례군도 지난해 산수유축제에 26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155억원의 경제 효과를 봤다.

구례군 관계자는 "산수유축제에서 나오는 경제 효과 규모면 구례군 1년 치 관광 수입이나 마찬가지다"며 "축제를 취소해도 관광객들이 오긴 하지만, 지역축제를 열지 않으면 경제 효과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축제 취소…"우리만 강행은 부담"

구례군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산수유 축제를 예정대로 3월 중 개최하려 했지만, 결국 취소했다. 대구와 경북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축제를 개최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 내린 결정이다.

올해 4~5월 사이 예정된 전남지역 39개 축제 중 19개가 취소 혹은 연기됐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운집하는 여의도 벚꽃 축제와 진해 군항제마저도 취소되는 상황에서 전남만 축제를 열 수는 없다는 부담감이 깔렸다.

한 전남 시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우리 시군만 축제를 강행하면 비난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한데 취소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좋겠지만 3~5월에 집중되는 봄꽃 개화기 특성상 오래 기다릴 수도 없다"고 했다.

광양=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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